표적 치료제 발달..'위암 4기 진단' 절망은 이르다 [의술인술]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2021. 3. 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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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위암 4기로 진단받은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들은 말기암이라 생각하고 미리 절망한다. 증상이 없던 환자도, 진단 후 잠도 못 자고 위증상이 더 심해진 상태에서 종양내과 진료실에 내원하곤 한다.

4기암이라도 병의 위치와 크기, 암세포의 특성과 진행 속도 등에 따라 아무 증상 없이 수년간 잘 지내는 분이 있는가 하면, 진단 후 바로 식사도 못하고 복수가 차서 항암치료조차 못하고 임종을 준비해야 하는 극한상황까지 다양하다.

또한 병이 아무리 여러 군데 퍼져 있어도 약이 잘 들으면 예후가 좋고, 병이 한두 군데 작은 병변으로 있다가도 약이 안 들으면 어느 순간 전신으로 퍼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정확한 상태를 알기 전에 미리 심리적 불안감으로 증상이 악화되고, 귀한 시간을 허비하는 환자들이 많아 안타깝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환자의 암세포가 어떤 약에 잘 들을까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암세포의 특징도 중요하고 항암치료를 이겨 나가야 할 환자의 전신상태 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 미리 겁먹지 말고 또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해결해 가십시다.”

항암제를 쓰는 종양내과 의사로서, 처음 4기로 진단받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치료 준비를 시작하며 하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는 의사의 논리적 설명과 상관없이 안타까운 마음에 “현재 4기로 완치가 되지 않습니다”로 들리나보다.

환자의 긍정적 마음가짐과 보호자들의 현명한 대처가 치료과정을 잘 이기는 요체이기에, 필자는 환자·보호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매번 다른 접근을 한다. 의사들은 환자와 가족이 병과 치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하는데, 이것이 흔히 말하는 ‘의사와 환자의 라포(신뢰감)’ 형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쁜 암인가를 알고 어떤 약이 잘 듣는지를 예측할 수 있을까? 우선은 각 환자들 암세포의 병리학적 특성, 병이 침범한 정도와 장기의 기능들이다. 여기에 추가로 분자세포생물학적 표지자와 표적들을 찾는 것이다. 수십년의 연구 결과 최소한 위암에서도 10~20%에서는 특수한 표적이 있고 그 경우 약이 더 잘 듣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전이성위암에서 허투(Her-2)라고 하는 표적이 있는 환자에게 표적치료제를 추가하여 치료하는 경우, Her-2 음성에 비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도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 또한 일부 MSI-H(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아형과 EB바이러스 관련 위암인 경우는 요즘 많이 사용 중인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가 매우 잘 듣는다. 그러므로 처음 진단 후 이러한 표적을 찾기 위해 정확한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대부분의 4기암 치료는 한번 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얼마나 오래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느냐가 장기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독성항암제뿐 아니라 표적항암제든, 면역항암제든 피해갈 수 없다. 따라서 각 약제들의 기전과 부작용을 잘 이해하고 항암치료를 잘 견딜 수 있게 대증치료와 증상 조절을 잘해야 한다.

또한 하나의 항암치료법에 내성이 생기면 차선으로 잘 들을 만한 다른 치료약제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최신 유전체학의 발달로 한번에 100~500개 이상의 표적을 검사하는 방법도 나와 새로운 치료 약제를 쓸 기회도 많아졌다.

아무리 4기 위암이라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주치의를 신뢰하고 함께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면 완치로 가는 길은 열려 있다.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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