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단계 거리 두기 개편, '자율과 책임' 합리적 기준 만들어야
[경향신문]
정부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를 현재 5단계에서 4단계로 바꾸고,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를 최소화하는 거리 두기 개편안 초안을 5일 공개했다. 지난해 6월 3단계, 11월 5단계 개편안에 이어 세번째 단계 조정안이다. 이번 개편안은 업종별 규제 위주의 강력한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피로감과 형평성 논란이 고조되는 속에 나왔다. 개편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사실상 방역정책의 대폭 완화로 읽히는 초안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거리 두기 정책 목표가 코로나19 확산 억제인 만큼, 이달 중 발표될 최종안은 실질적인 방역 효과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촘촘히 짜야 한다.
개편안을 관통하는 취지는 자율과 책임이다. 거리 두기는 4단계로 줄이되, 3단계까지는 시·군·구와 시·도, 권역별로 단계 조정과 적용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했다. 단계 조정 기준도 현재의 전국 단위 확진자 수 대신 지역 상황을 고려해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수로 조정했다. 그동안 거리 두기 단계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사적모임도 세분화해 2단계는 9인 이상, 3단계는 5인 이상, 4단계에선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이면 통제하기로 했다.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는 대유행 시 극히 일부 유흥 업종에만 적용하도록 해 사실상 사라졌다. 자율성이 높아지는 대신 방역수칙 위반 시엔 생활지원금·보상금 배제, 구상권·과태료 부과, 영업장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으로 책임도 대폭 커진다.
방역기준이 완화되면 책임이 커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관건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이다. 복잡해진 새로운 방역기준과 행동수칙의 취지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따라야 한다. 다만 ‘자율과 책임’ 기조에서 나온 개편안이 “납득할 수 없다”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면 정책 수용성은 떨어지고 방역전선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업종·사업장 간 형평성 문제가 최소화되도록 유념해야 한다.
설연휴 기간 300명대에 그친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0명 안팎으로 이어지며 정체기를 맞고 있다. 3차 유행의 최정점에 비해 누그러졌다고는 하지만 2차 유행기의 정점 수준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접종 속도와 변이 바이러스 등의 변수가 있고, 각급 학교 등교와 주말 이동량 증가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1년이 지나고 사회 각 영역의 피로도가 높아져 방역은 긴 호흡으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자율과 책임은 정부와 사회구성원 모두가 골고루 져야 한다. 각계 의견을 듣고 다듬어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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