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탈선엔 끝까지 침묵..정의도 상식도 '선택적'
[뉴스데스크] ◀ 앵커 ▶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상식과 정의가 윤석열 전 총장의, 나아가 검찰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무너지는 게 그리 안타까웠다면 검찰 총장 만큼 거기에 맞서 싸우기 좋은 자리도 없을 겁니다.
상식과 정의를 언급하기 전 검찰 총장의 부인과 장모가 피의자가 됐다는 것에
또 한동훈 검사장을 비롯해 특수부 후배를 향한 수사에서 나는 과연, 상식과 정의에 맞게 사과하거나 공정했는지,
행여 검찰 총장이라는 자리가 창과 방패로 쓰이진 않았는지 자문하는 게 먼저일 겁니다.
박영회 기자가 이어서 지적 하겠습니다.
◀ 리포트 ▶
윤석열은 떠났지만, 오늘도 서초동 대검찰청 앞엔 주인 없는 화환들만 늘어서 있습니다.
'윤석열의 위기가 곧 검찰의 위기'라며 집단 반발도 서슴지 않았던 검사들,
정작 갑자기 사라진 옛 수장을 향해선, 침묵을 지킬 뿐입니다.
윤석열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권력이 아니라 검찰 조직에 충성한다는 뜻으로 읽히며, 국민은 열광했습니다.
그렇게 '검찰주의자'로 불린 윤석열은 늘 '중립'과 '공정'을 강조했습니다.
[윤석열/당시 검찰총장 후보자(2019년 7월 인사청문회)]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정치논리에 따르거나 타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검찰총장에 취임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그의 '중립'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조국 법무장관 내정자를 겨냥한 하루 30여곳 동시 압수수색,
부인 정경심 교수가 재판에 넘겨진 건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한밤 중이었습니다.
훗날 법정에서 공소장을 죄다 뜯어고칠 정도의 '날림기소'였습니다.
윤석열은 특유의 저돌적인 언행으로도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일찍이 우리 국민들이 보지 못했던 검찰 수장의 얼굴이었습니다.
[윤석열/당시 검찰총장(2019년 10월)] "(어느 정부가 그나마 중립적입니까?) 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 정부 때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윤석열/당시 검찰총장(2020년 10월)]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 이렇게 공박하는 것은 그것은 정말 비상식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윤석열의 또다른 화두였던 '공정'의 날은 유독 검찰, 특히 특수통 검사들 앞에서 무뎌진다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채널A 기자와 유착됐다는 의혹에는 감찰을 중단시켰습니다.
특수부 검사 세 명이, 특수부 선배 변호사의 주선으로 술접대를 받은 의혹, 문제가 불거졌을 땐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윤석열/당시 검찰총장(2020년 10월)] "<국민들께 사과할 용의는 없습니까?> 제가 조사 결과를 다 지켜본 후에 적절한 입장 표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유감도 안 됩니까?> …"
모두 사실로 드러났지만, 그는 철저히 침묵했습니다.
김영란법을 간신히 비켜나가도록 맞춰진 '1인당 96만 원'의 접대액, 웃지 못할 검찰식 계산법만 빈축을 샀습니다.
진영에 따라 '공정'의 잣대가 다르게 적용된다는 뒷말도 무성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해외도피를 막아세운 출국금지가 위법했다는 의혹에, 그는 검사 6명을 투입하고 강제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특수부 검사들이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서 허위증언을 강요했다는 의혹은, 감찰 방해와 사건 배당 논란까지 감수하며 사실상 조사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상식과 정의가 무너져 검찰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지만, 정작 그의 '상식'과 '정의'는 무엇이었는지 검사 윤석열이 남긴 궤적은 되묻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영회입니다.
(영상편집: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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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회 기자 (nofootbird@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09668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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