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초라해지는 '시지프스'에는 디테일이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3. 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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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시지프스> 는 예고편만으로도 역대급 장르물이 탄생한 거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시지프스> 에서는 대본은 물론이고 연출에 있어서도 디테일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좀 더 디테일을 살리지 못한다면 <시지프스> 는 제목의 그 신화 속 주인공처럼 애써 올려놓은 기대감이 계속 밑으로 굴러 내려가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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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스', 조승우·성동일도 못 살리는 전개, 연출
'시지프스', 애초 컸던 기대감 어째서 점점 실망감으로 바뀔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애초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JTBC 수목드라마 <시지프스>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6%(닐슨 코리아)대에서 버티던 시청률이 4%대까지 주저앉았다. 'JTBC 10주년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결과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걸까.

<시지프스>는 예고편만으로도 역대급 장르물이 탄생한 거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만들었다. 아포칼립스 장르를 떠올리게 하는 폐허가 된 미래의 풍경 위에 박신혜가 총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그것이다. 많은 장르물들이 등장했지만, 미래에서 과거로 오는 SF 장르인데다 미래 풍경까지 담고 있으니 충분히 기대가 될 수밖에.

하지만 막상 전개된 이야기는 생각만큼 새롭진 않았다. 미래에서 온 전사의 이야기는 <터미네이터>를 떠올리게 했고, 뭐든 뚝딱 만들어내는 천재 과학자는 어딘지 <아이언맨>을 떠올리게 했다. 세계관도 그리 신박한 건 아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날아든 미래인들이 존재하고, 이들을 단속하는 단속국이 있으며, 시그마라는 비밀조직이 꾸미는 음모가 존재한다. 미래에서 온 전사 강서해(박신혜)는 업로더라 불리는 타임머신을 만든 천재과학자 한태술(조승우)을 구해 미래를 구하려고 한다.

이러한 그리 새롭지 않은 세계관과 구도가 너무 단순하다 여겼는지 드라마는 한태술을 속여 그가 갖고 있는 열쇠를 빼앗으려는 퀀텀앤타임 김한용(전국환) 이사장과 그의 딸 김서진(정혜인)의 음모를 집어넣었다. 이들은 한태술이 개발한 기술을 시그마라는 조직에 넘기려 한다. 그래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한태술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서해를 찾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시그마의 음모와 싸워나가게 된다.

대본의 힘은 세계관이나 구도 자체보다는 디테일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같은 구도를 그려도 더 디테일이 살아있다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시지프스>에서는 대본은 물론이고 연출에 있어서도 디테일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망가진 미래의 풍경을 재현해놓은 미술은 나름 괜찮아 보이지만, 그 세계 위에서 펼쳐지는 액션 연출은 디테일이 없어 허술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노출된 공간에서 총을 제아무리 많이 쏴도 주인공은 맞지 않는 장면이나, 건물에서 건물로 넘어갈 때 엉성하게 느껴지는 와이어 액션, 다리에서 뛰어내릴 때 와이어에 의지한 게 너무나 티가 나는 몸동작은, 한태술이 꿈속에서 다시 떠올리는 장면처럼 현실감이 없다. 위험한 순간에 스포츠카를 타고 나타난 썬(채종협)이 서해를 구해 도주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차 한 대가 들어온다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가떨어지는 단속국 사람들과, 그 급박한 순간에 차창을 내리고 타라고 폼을 잡는 썬의 모습이라니.

사실 조승우나 성동일 같은 믿고 보는 베테랑 배우들이 있지만, <시지프스>에서는 이들의 매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 조승우가 연기하는 천재과학자 한태술의 캐릭터를 그렇게 가볍게 그려놨는지 알 수 없고, 밀입국자들을 돈을 받고 돕는 아시아마트 박형도 사장(성동일)도 그리 강렬한 존재감이 나타나지 않는다. 단속국이 등장하자 기껏 잡아 놓은 한태술과 강서해를 무력하게 놓치는 장면이 워낙 허술하게 그려져 박형도라는 인물 또한 허술한 캐릭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디테일이 없는 대본과 액션 연출의 반복은 거창하게 미래에서 현재로 날아오는 타임머신 같은 설정의 세계관을 초라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조승우에 박신혜, 성동일 같은 배우들을 세워놓고 그 연기자의 매력조차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다는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디테일을 살리지 못한다면 <시지프스>는 제목의 그 신화 속 주인공처럼 애써 올려놓은 기대감이 계속 밑으로 굴러 내려가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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