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가 일깨워준 '더불어 살기'

오수현 2021. 3. 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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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 이지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 1만8000원
코로나19가 인류사회의 전통과 관습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긍정적인 의미에서든 부정적인 관점에서든 말이다. 기술력은 이미 갖춰져 있었지만 오랜 교육·노동의 관행 탓에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가 일상화됐다. 반면 사람 간 만남이 줄고 혼자만의 공간에 갇혀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증폭된 고립감은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현재의 충격'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의 저자 더글러스 러시코프 뉴욕대 퀸스칼리지 교수는 신간 '대전환이 온다'에서 보다 급진적인 주장을 펼친다. 코로나19를 단순히 미래 기술 구현의 트리거(방아쇠)로 보는 수준을 넘어 인류가 인간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러시코프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다양한 미래 기술 발전의 기저에는 '인간은 열등한 존재'라는 의식이 깔려 있다고 본다. 인간은 부족하고 믿을 수 없으니 빅데이터에 기반한 AI가 사회를 통제해야 한다는 발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또 적자생존, 개인주의 같은 인류사회의 본질적 속성으로만 여겨지던 것이 실제로는 본연의 가치가 훼손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진화의 목표는 동료들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동료와 어울리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러시코프가 주창하는 것은 '팀 휴먼(team human)'이라는 개념이다. 인류가 연대해 우리를 위협하는 문명과 제도에 저항해야 하며, 코로나19가 판을 흔들고 있는 지금이 반격의 적기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미디어 비평가이자 디지털 경제 전문가인 러시코프의 이 같은 주장은 일견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경쟁이 인류사회 발전의 원천이었으며, 적자생존을 통해 열등한 종은 도태되고 강한 종이 살아남아 우월한 유전자를 남기는 게 냉혹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원리 아닌가.

러시코프는 이 같은 의문에 "적자생존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 정치, 문화의 무자비함을 손쉽게 정당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진화를 순전히 경쟁 논리로만 본다면 상호 연결된 하나의 큰 팀으로서 인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쉽게 말해 계산대 직원을 터치스크린 키오스크로 바꿔버리는 논리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미메시스(mimesis)라는 사회 이론에 따르면 타인이 자신의 행동을 흉내 낼 경우 인체 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 미메시스를 실천하며 인류는 서로에게 무언가를 배우며 공동체 전체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또 사람은 사회집단에서 단절됐을 때 우울증이나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 사망률이 높아진다. 혼자 지내는 남성은 아드레날린 수치가 상승하고 외톨이 학생은 면역세포 수치가 낮다.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은 독방보다는 차라리 폭력에 노출되는 쪽을 택한다. 러시코프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정교화한다.

책이 미래 담론을 다루고 있지만 사회철학서 내지는 사상서로 읽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래 모습을 예견하기보다 '인류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당위적 방향을 제시한다. 러시코프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독서하는 내내 떠나지 않을 수 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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