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美 극우세력..제2의 트럼프 어떻게 막나

서정원 2021. 3. 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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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 카스 무데 지음 / 권은하 옮김 / 위즈덤하우스 펴냄 / 1만6000원

"그들(민주당)을 패퇴시키고자 세 번째로 결심할 수 있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고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위대해질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쏟아낸 발언이다. 그는 2024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고 참석자들은 열렬한 호응으로 화답했다. 공화당 내 트럼프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최근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 중 4분의 3이 앞으로 당의 행보에서 트럼프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도대체 민주주의 선진국 미국이 어쩌다 이렇게 전락했을까. 수백 년 역사 동안 미국의 한 축을 지탱해온 공화당이 여성과 이민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일삼는 극우 정치인에게 속절없이 휘둘리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20여 년간 극우에 대해 연구해온 카스 무데 조지아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책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를 통해 극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알려준다. 역사·이념·조직·인물·활동·원인·결과 등 10가지 키워드를 통해 극우 세력을 분석하고 그들의 발호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책은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보고 차이와 위계질서를 찬양하는 '엘리트주의'를 극우의 핵심적 특성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입장에 따라 극우를 두 개 하위 개념으로 나눈다. 민주주의의 본질인 정치적 평등과 다수결에 의한 개념을 거부하는 '극단 우익'과, 이론상으로는 민주주의를 지지하지만 소수의 인권과 법치, 삼권분립 등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제도·가치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급진우익'이 그것이다. 급진우익은 '우익포퓰리즘'으로도 불린다.

극우에게 힘을 실어주는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광범위한 지지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경제적 불안'과 '문화적 반발'이라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사람들을 극우 지지로 이끌었다고 본다. 경제적 불안 쪽은 실업·일자리 박탈 등 경제적 스트레스에 최우선으로 대응하기 위해 극우를 지지하고, 문화적 반발 쪽은 대량 이민과 다문화사회의 부상에 기존 국민이 불안을 느껴 극우에 투표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문화적 반발의 영향력이 좀 더 우세하다. 트럼프의 2016년 대선 당선도 문화적 반발의 결과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수십 년간의 학술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극우 세력을 공론장에서 몰아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극우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한 가지 방법은 없다"며 개별 상황에 맞춰 나눠 맞설 것을 권고한다.

폭력적인 집단에게는 단호한 법 집행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극우의 위협을 인정하고, 그들을 억압하려는 자원을 사용하려는 의지가 관건이 된다. 다만 지나친 인권 침해와 과도한 무력의 사용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의 한계 내에서만 싸우라고 조언한다.

비폭력적인 집단에 대처하는 데는 교육·정치적 시책이 무기가 된다. 극우의 쟁점이나 정치를 따르기보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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