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변희수 전 하사가 남긴 '숙제'..차별금지법 속도 내나

이용성 2021. 3. 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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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지키겠다"던 변 전 하사, 3일 숨진 채 발견
군 당국과 강제 전역 처분 놓고 1년여간 투쟁
시민사회계·정치권,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성전환 수술 후 육군으로부터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고(故) 변희수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성소수자·장애인을 혐오와 차별에서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오후 5시 49분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아파트 9층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부검이 진행되지만,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비추어 경찰은 극단적인 선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의당, 고 변희수 전 하사 추모.(사진=연합뉴스)
시민사회계, “혐오 만연한 사회가 변 전 하사 죽음으로 몰아”

변 전 하사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큰 숙제를 남겨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랜스젠더’ 군인인 변 전 하사가 차별과 혐오에 맞섰다가 비극적인 결론을 맺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등 시민단체가 “트랜스젠더 군인 변 전 하사는 한국 사회에 사는 퀴어라서 죽었다”, “국회와 정부가 변 전 하사를 죽였다”라는 반응을 보인 이유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성소수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살아 숨 쉬는 존재의 자리를 빼앗아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 폭력이다”라며 현 세태를 비판했다.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가 게재됐으나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에 의해 약 한 달간 총 7차례 훼손된 바 있다. 광고판을 커터칼로 찢은 20대 남성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이 있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 25일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공식 찬성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보수단체가 난입해 내부 시설물을 훼손하기도 했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세번째)와 참석자들이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민사회계·정치권 ‘차별금지법’ 관심 커져

변 전 하사 사망으로 시민사회계와 정치권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차별금지법으로 변 전 하사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장애·병력·나이·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고용·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률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07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후 20대 국회까지 14년 동안 수차례 논쟁의 불씨만 당기고 사라졌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6월 30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계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제때 제정되지 못했음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전날인 4일 “15년이 지나도록 차별금지법 하나 없는 세상에서 성소수자들은 넘쳐나는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신을 지킬 변변한 법과 제도 하나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 전 하사를 추모하며 “지지부진한 평등법,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 정말 국회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SNS에 “국회는 2020년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를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할 예정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법안은 다 마련된 상황이지만, 종교 단체 등과의 논의가 남아 있다”며 “대화가 마무리되면 언제라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국회에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조속히 착수되기를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소수자위원회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변 하사를 다른 세상의 아픔 정도로 묻어둘 것이 아니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답해 달라”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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