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창에 새 방진망 '외상 시공'..주민 "돈은 걱정말라더라고"

이지선 기자 2021. 3. 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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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멀쩡한 방충망을 다 떼어버리냐고 그랬더니 시에서 다 돈 내준다고 하더라고."

5일 오후 전북 전주시의 한 경로당 앞에서 만난 주민 A씨가 새로 설치된 방진망을 가리키며 말했다.

A씨는 "깨끗한 걸 보면 알겠지만 이걸(방진망) 바꾼 건 불과 며칠 되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와서 방충망을 떼길래 찢어진 곳도 없고 멀쩡한데 뭐하러 새로 바꾸느냐고 따져물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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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지원 5800만원짜리 방진망 공사..업체 선정도 안됐는데 공사 끝나
전북 전주시 효자동 한 경로당 건물 창틀에 설치된 방진망.2021.3.5© 뉴스1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왜 멀쩡한 방충망을 다 떼어버리냐고 그랬더니 시에서 다 돈 내준다고 하더라고."

5일 오후 전북 전주시의 한 경로당 앞에서 만난 주민 A씨가 새로 설치된 방진망을 가리키며 말했다.

A씨는 “깨끗한 걸 보면 알겠지만 이걸(방진망) 바꾼 건 불과 며칠 되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와서 방충망을 떼길래 찢어진 곳도 없고 멀쩡한데 뭐하러 새로 바꾸느냐고 따져물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시공 업체 관계자는 “이거 시에서 다 돈 내서 더 좋은 걸로 바꿔주는 거니까 걱정말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아파트 단지 내의 또 다른 경로당 창문에도 똑같은 방진망이 달려있었다. 아파트 관리인은 "혹시 이거 언제쯤 설치됐느냐"는 질문에 "시에서 해주는 건데 설치한 지 얼마 안됐다"고 답했다.

다른 경로당들 역시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작과 함께 문이 굳게 닫힌 경로당 창문에는 새것으로 보이는 방진망이 설치돼 있었다.

이 방진망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충망보다 구멍이 좀 더 촘촘한 것이 특징이었다. 또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반적으로 깨끗한 모습이었다.

전주시 효자 1·2·3동 경로당에 설치된 '미세먼지 차단 나노 방진망'을 두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행정당국도 모르는 사이 시 보조금이 지급된다면서 설치됐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주민참여예산 5800여만원이 배정돼 있던 이 사업은 5일 세부 사업계획서 접수가 마감된다.

통상적인 절차대로라면 계획서 접수가 마감된 이후 전주시가 이를 재검토해 타당성을 검증한다. 여기서 확정된 사업에 시가 보조금을 지급하면, 보조사업자인 경로당이 시공사와 접촉해 방진망을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방진망 시공은 이미 41개 경로당에 진행되고 있다. 모든 시공은 전주의 한 업체에서 담당했다. 예산은 아직 전주시가 갖고 있다. 완산구청이 진행 중인 사업계획서 접수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명백한 '외상 공사'다.

때문에 도대체 누가 이 시공을 주문했고, 어떻게 계약서도 없이 시공이 이뤄졌는지 등의 의문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 의원 입김', '업체 특혜 제공'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보조금이 나온 후에 사업을 시작해야한다는 건 아주 기본 중에 기본"이라며 "견적만 받아보라고 했지 사업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고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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