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 생활 않는 황새 이례적인 집단 월동

정대연 기자 2021. 3. 5. 14: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성습지에서 20여마리 발견
전문가 "올겨울 한파 영향인 듯"

[경향신문]

원래 개별활동 습성을 가지고 있는 황새가 지난 1월27일 경기 화성습지에서는 20여마리가 함께 모여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 멸종위기종 황새가 집단으로 겨울을 나는 이례적인 모습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올겨울 유독 심했던 한파 탓에 황새가 본래 습성과 달리 한곳에 모여산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경기 화성호 일대 화성습지(33㎢ 구간)에서 겨울철 조류생태를 조사한 결과 황새 무리의 이례적인 월동현장을 포착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은 화성습지에 살고 있는 황새 35마리 가운데 26마리가 한자리에 모여 집단으로 월동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황새들 중에는 지난해 9월 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돼 북한 서해안 지역에서 머물다 내려온 1마리도 있었다.

전 세계에 3000여마리만 남아 있는 황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분류된다. 주변 환경에 민감하고 월동지에서 단독 또는 5~6마리가 함께 관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처럼 20마리 넘게 한자리에 모여있는 모습이 관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조광진 국립생태원 습지연구팀장은 “올해 계속된 북극발 한파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는 황새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습성을 깨고 물과 땅이 얼지 않은 특정 지역에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황새는 철새와 텃새로 나뉜다. 텃새 황새는 1950년대까지 전국에서 번식하다 1971년을 끝으로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야생에서 서식하는 황새는 2015년 복원 작업이 성공했던 일부 개체이다. 철새 황새는 러시아 동북부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하다 겨울철 한국을 찾는다.

화성습지에서는 이번에 황새, 매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4종과 수리부엉이, 큰고니 등 Ⅱ급 11종을 포함해 총 124종, 2만3132마리 철새가 관찰됐다. 2002년 완공된 인공호수인 화성호는 하천 및 서해안과 접해 있어 대형 철새들이 먹이를 구하기 좋은 환경이다. 이배근 국립생태원 습지센터장은 “화성습지 같은 인공서식처도 환경에 따라 야생생물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