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2병·번개탄' 손님 살린 마트 주인, 경찰 감사장 받는다

김정엽 기자 2021. 3. 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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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찰청 전경./전북경찰청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 위해 번개탄과 소주 2병을 사간 50대 여성의 생명을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마트 주인 이모(57)씨가 경찰로부터 감사장을 받는다. 이씨는 이 여성의 차량번호를 메모한 뒤 경찰에 신고해 극단적인 선택을 막았다.

전북경찰청은 신속한 신고로 시민을 구조하는 데 도움을 준 이씨에게 조만간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손님을 유심히 보고, 차량 번호를 메모하고 신속하게 신고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자신이 운영하는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마트에서 A(50대 여성)씨가 번개탄과 라이터, 소주 2병을 구입해 사라지자, 경찰에 “소주 두 병과 번개탄을 사 간 손님이 있다. 느낌이 이상하다”고 신고했다.

A씨는 이날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소주 두 병과 과자 두 봉지를 들고 계산대로 왔다. A씨는 “번개탄(착화탄)이 어디 있나요” 하고 물었다. 이씨는 “가족들이 고기 구워 먹나 봐요”라고 답하며, 번개탄 하나를 건넸다. 그러자 A씨는 “번개탄 하나로는 부족할까요?”라고 되물었다. 번개탄 2개와 소주 2병, 과자 2봉지 값으로 1만1000원을 낸 A씨는 라이터도 하나 샀다. 이씨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계산을 마친 A씨는 흰색 승용차를 타고 사라졌다. 불길한 예감에 이씨는 황급히 A씨의 차 번호를 적어뒀다. 곧바로 112에 신고하려 했지만, ‘혹시라도 경찰이 헛걸음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112에 빨리 신고하라”는 딸의 말을 듣고 이씨는 오후 4시 45분쯤 전북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이씨가 알린 차 번호로 A씨 위치를 추적했다. 당시 A씨는 전북 부안군 부안읍 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하서파출소 경찰관이 승용차를 멈춰 세웠고, A씨를 설득해 파출소로 데려갔다. 끝내 입을 열지 않은 A씨는 경찰 연락을 받고 찾아온 남편과 광주광역시 집으로 돌아갔다. A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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