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넥슨 "진심으로 송구"..'확률형 아이템' 정보 모두 공개

이용익 2021. 3. 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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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에선 처음 나온 결정
이정헌 대표 "더욱 투명하게"
이정헌 넥슨 대표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아이템 강화 확률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마주한 뒤 전향적인 결정으로 논란을 잠재우고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시도다.

넥슨은 5일 "기존에 공개해온 캡슐형 아이템에 더해 '유료 강화·합성'의 확률을 전면 공개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확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최소한의 뽑기 확률만 공개하도록 하던 업계 자율규제 수준을 넘어서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기존 국내 게임사들은 업계 자율규제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해왔는데 이 기준으로는 유료로 구매한 랜덤박스 아이템의 뽑기 확률만 공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게임 내에서 무기나 갑옷 같은 아이템을 강화하는 작업에도 확률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이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지적을 받아왔다.

이처럼 넥슨이 대응에 신경을 쓰는 까닭은 자사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에서 불거진 논란 때문이다. 넥슨은 최근 '메이플스토리'를 업데이트하면서 아이템에 부여하던 추가 옵션을 '동일한 확률'로 수정한다고 공지했다가 지금까지는 확률이 동일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용자들은 넥슨 게임에 더는 돈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결제 한도를 0원으로 설정하는 '한도 0원 챌린지'를 하고, '로스트 아크' 등 타사 게임으로 집단 이동하며 넥슨을 압박해왔다.

그러는 사이 확률형 아이템은 비단 게임 이용자들 외에 정치권까지 관심을 갖는 '뜨거운 감자'가 된지 오래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전부 개정안이 주목을 받았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2M 등)',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 등을 소비자를 속이고 부당 이득을 챙긴 '확률 장사 5대악 게임'으로 규정한 뒤 공정거래위원회에 의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선 넥슨은 첫번째로 이날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어 다른 게임에서도 기존 '유료 확률형 아이템' 정보에 더해 '유료 인챈트(강화)' 확률을 공개하는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앞으로 '무작위', '랜덤' 등 용어 사용을 피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이용자가 직접 검증이 가능한 '확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내 도입해 의구심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정헌 넥슨 대표도 이 날 오전 직원들에게 쓴 편지를 사내 시스템 공지로 띄우며 "이용자분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넥슨을 성장시켜준 우리 사회 눈높이에 맞추겠다. 더는 이용자 목소리에 둔감하지 않겠다"며 "자세한 설명과 보상으로 이용자들의 용서와 양해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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