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민주주의 죽이는 與 '후안무치 買票'

기자 2021. 3. 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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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헌 당규에 따르면 이낙연 대표가 내년 대선에 출마하려면 오는 9일까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대표 입장에선 사퇴 전에 당 대표로서의 확고한 리더십과 실적을 내놓지 못하면 이재명 경기지사에 크게 밀리고 있는 후보 경쟁 구도를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필요성이나 비용 대비 효과에 관계 없이 표를 얻는 대가로 지역 민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이 대표와 여당 스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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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당헌 당규에 따르면 이낙연 대표가 내년 대선에 출마하려면 오는 9일까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대표 입장에선 사퇴 전에 당 대표로서의 확고한 리더십과 실적을 내놓지 못하면 이재명 경기지사에 크게 밀리고 있는 후보 경쟁 구도를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 대표는 모든 행보를 온통 대선 시간표에 맞춘다.

당·정에서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한창일 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급증하는 국가부채 규모를 고려해 12조 원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지지율을 의식한 이 대표는 전 국민에 대한 보편적 지원과, 피해가 큰 자영업자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동시에 해야 한다면서 재난지원금 규모를 20조 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남이 낸 세금으로 인심을 써서 대선 후보로서의 존재감과 지지율을 높이려는 시도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선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이미 결정된 김해신공항을 무산시키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그래도 부산 민심이 여의치 않자 이 대표는 다시 부산을 방문해 2024년 착공과 8년 이내 완공을 약속했다.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의 소요 예산이 7조4000억 원이라 추정했지만, 국토교통부는 28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으며 모든 기준에서 가덕도의 부적합성을 지적한 보고서를 냈다. 일을 똑바로 하라는 대통령의 경고에 꼬리를 내리긴 했지만, 보고서에는 공무원으로서 부당함을 지적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는 표현까지 포함돼 있었다.

보궐선거가 진행되는 울산을 방문한 이 대표는 선거 승리를 위해 또다시 희떱게 큰 예산이 필요한 사업을 선물했다. 500억 원 이상의 공공사업에 꼭 필요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울산의 공공의료원 사업에는 면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사업에는 약 1500억 원에서 25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10여 일 사이에 이 대표는 20조 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갈 사업을 지역민들에게 선물하며 매표(買票)에 앞장섰다.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야만 하는 이 대표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총리까지 지낸 인사가 국가 미래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막대한 예산을 남발하고 법규를 무시하는 약속을 하는 데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과거 민주당은 예비 타당성 조사나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4대강 사업이나 제주민군복합미항 등을 막았었다. 그랬던 사람들이 선거를 앞두고 예타 면제를 남발하고 환경영향평가는 아예 무시한다. 참으로 후안무치하고 무지막지하다.

이제 모든 유권자는 선거 때마다 지역의 숙원사업을 내세워 이를 약속하지 않으면 표(票)를 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필요성이나 비용 대비 효과에 관계 없이 표를 얻는 대가로 지역 민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이 대표와 여당 스스로 만들었다. 지금은 수십조 원이지만 수백조, 또 그 이상으로 늘어나는 건 시간문제다. 정치지도자들이 대중영합적 행태로 표를 사려 한다면 민주주의는 이미 죽은 것이다. 후세 사가들은 자칭 민주화 세력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죽였다고 쓸 것이다. 아무리 ‘동냥벼슬’이라지만 이러고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다면 단언컨대 나라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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