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일자리 없애는 '일자리 정부'

기자 2021. 3. 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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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세금 일자리도 한계, 고용 참사

그래도 또 세금 일자리로 땜질

文정부 4년 全연령 실업 증가

시장·기업 내친 정책·입법 홍수

청년은 세금 내는 일자리 원해

反청년 정부 사과 없이 변명만

올해 1월 통계로 본 고용은 그야말로 참사 수준이다. 취업자는 1년 전보다 거의 100만 명 줄었고, 실업자는 157만 명을 넘었다. 1998년 외환위기 시절을 방불케 한다. 그렇지만 새삼 놀랄 것은 없다. 세금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가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예견됐던 사태였다. 이런 세금 일자리에 가려 있던 고용 실상이 마침내 드러났을 뿐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고용 사정은 올 상반기에는 나아지기 어렵고, 기업 사정이 호전되는 하반기에나 나아질 것”이라고 토로했던 것은 그나마 솔직한 구석이 있다.

정작 놀라운 것은 정부의 사후 대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역대급 고용 위기라고 강조하며 전 부처에 재정을 들여 이달까지 9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라고 엄명했다. 이 바람에 편의점과 카페 주인이 단기 알바를 채용할 때도 정부 지원금을 준다고 한다. 논란을 빚는 4차 재난지원금 용(用)인 15조 원의 슈퍼 추경안에 2조1000억 원을 끼워 넣어 27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기간이 길어야 1년도 안 되는 세금 일자리 탓에 벌어진 고용 참사인데, 대책이란 게 또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를 만들어 땜질하려는 돌려막기다. 이런 식이면 내년에도 빈 수치를 채우느라 다시 세금 일자리를 만들며 ‘고용 분식’을 재탕할 것이다. 그러나 전년보다 취업자를 늘리려면 점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고용 빈곤과 재정 탕진의 악순환이다.

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지만, 고용 성적표는 참담하기만 하다. 출범 직전인 2017년 1월과 올 1월의 통계청 고용현황 통계를 단순 비교해도 금세 드러난다. 4년 새 실업자는 전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특히 40대 이하의 증가 폭은 40대(4.5만 명) 30대(4.1만 명) 20대(1.8만 명) 순으로 많았다. 같은 기간 취업자는 20대(15.6만 명 감소) 30대(37.9만 명) 40대(29.8만 명)는 감소했고, 50대(15.8만 명)와 60대 이상(95.5만 명)만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수가 12.9만 명 늘었지만, 이는 50대 이상 취업자가 거리 청소 같은 세금 일자리를 얻어 무려 111만 명 이상 급증한 덕분이다. 현 정부가 4년 동안 100조 원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한 결과가 기껏 이 모양이다.

지금 직면한 고용 참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기업 일자리를 파괴하는 반시장·반기업 규제악법을 줄기차게 쏟아낸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매년 최저임금 급증, 주 52시간 근무제 획일 시행 강행, 기업 규제 3법에 중대재해처벌법, 기득권 노조 눈치 보느라 드론 배달까지 금지한 택배법 등 두 손으로 꼽기도 힘들다. 그래도 여전히 국회엔, 독립 자영업자들이 들어와 있는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까지 영업을 규제하는 법안, 모든 포장재를 사전 검사하려는 규제법안 등 이런저런 구실을 갖다 붙인 일자리 파괴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얼마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중견기업연합회, 벤처기업협회 등이 공동 조사한 기업인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영업활동 규제, 경영환경 악화를 들어 응답 기업의 37%는 국내 고용을 줄이고, 27%는 국내 투자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21% 이상은 한국을 떠날 의사를 밝혔다. 기존 일자리는 파괴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나올 곳은 틀어막고, 심지어 기업을 해외로 내쫓고 있으니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금 일자리를 아무리 만들어 봐야 줄어드는 기업 일자리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아프게 체험하고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 기업 일자리가 장기 일자리요, 좋은 일자리다. 정부와 여당도 모를 리 없다. 오직 반기업에 줄을 서서 매진하는 것이 청년 일자리 창출보다 더 우선이고 더 중요하다는 그들 특유의 도그마에 갇혀 눈을 감고 입을 막고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고민도, 철학도 없다. 그렇지만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사과는 없이 변명만 하고,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이다. ‘3포’ 세대가 돼 버린 이 땅의 청년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들도 다들 자녀가 있을 텐데, 보통 부모의 상식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반청년 정치, 반청년 정부다. 그런 수준의 정치에 그런 수준의 국민일 뿐이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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