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K-신파, '미나리'를 보라

최현미 기자 2021. 3. 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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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미국땅에 뿌리내리려는 이민자 이야기를 깊고 아름답게 풀어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는 한국어가 50% 이상이라는 이유로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우리로선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이야기에, 대사 대부분이 한국어이며,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 고춧가루와 노래 '사랑해 당신을'까지 나오니 심정적으로 우리 영화로 보게 된다.

미나리에 없는 이 모든 것이 있는 신파 가족 멜로는 여전히 한국 영화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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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장

1980년대 미국땅에 뿌리내리려는 이민자 이야기를 깊고 아름답게 풀어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는 한국어가 50% 이상이라는 이유로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우리로선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이야기에, 대사 대부분이 한국어이며,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 고춧가루와 노래 ‘사랑해 당신을’까지 나오니 심정적으로 우리 영화로 보게 된다. 실제로 우리 역사의 한 조각인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나리’는 한국 영화가 아니다. 한국 미나리가 미국 땅에 뿌리내려 자랐다면 한국 미나리인지, 미국 미나리인지 따지는 것만큼 쓸데없는 국적 논쟁이 아니다. 정이삭이 아이작 정이고 자본과 크리에이터가 섞이는 세계에서 국적은 의미가 없다.

미나리가 한국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미나리에는 한국 영화의 전형적 요소가 없다는 뜻이다. 정 감독의 말처럼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려는 가족 이야기’인 ‘미나리’는 한국 가족영화와는 다르다. 먼저 감정 과잉의 신파가 없다. 얼마나 아프고 슬픈지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여주는 것보다 보여주지 않는 것이 더 많아 오히려 그 빈자리에서 마음이 깊어진다. 그 후로 모두 행복했다는 완벽한 해피엔딩이 없고,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는 추억팔이도 없다. 무엇보다 ‘딸을 구하는 아빠 영웅담’이 없다.

미나리에 없는 이 모든 것이 있는 신파 가족 멜로는 여전히 한국 영화의 중심이다. ‘한’의 정서까지 가닿는 가족 멜로는 1990년대 잠시 로맨틱 코미디에 자리를 내줬다가 2013년 ‘7번 방의 선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이어 ‘국제시장’ ‘부산행’ ‘신과 함께’ ‘담보’ ‘승리호’로 이어졌고 최근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 속에 ‘K-신파’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눈물 콧물 나는 가족 멜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딸을 구하는 아빠’ 영웅담이다. ‘7번 방의 선물’이 그렇고, ‘부산행’이 그렇고, ‘담보’와 ‘승리호’가 그렇다. 남성에게 구원받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비판받으며 로맨틱 드라마는 상당히 변했지만, 가족 멜로는 굳건하다.

그래도 국내에선 1000만 명이 보고,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1위 아니냐고, 관객이 원하니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현실과 유리된 가족 멜로는 갈수록 더 낡고 더 뻔한 이야기가 되고 있다.

현실의 한 단면을 보자.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이라면 586세대와 청년세대 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갈등이다. 이 갈등의 방정식대로라면 한국 사회에서 586 아버지와 신세대 딸은 격렬한 이중의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시대에 모자라고(7번 방의 선물), 이기적이고(부산행), 옳지 못하고(담보), 자기 연민에 빠진(승리호) 아버지가 가장 약하고 어린 여자아이를 구해 결국 자기 성장을 이루는 스토리는 시대착오적인 가부장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반드시 여성 입장만은 아니다. 신파 가족 멜로에는 아버지가 아닌 젊은 청년의 자리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는 왜 자기 복제의 쳇바퀴에 머물고 있을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좀 더 부지런하기를,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기를,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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