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아바타 명상

월호 기자 2021. 3. 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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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호 행불선원장

코로나 백신이 우선이지만

‘老·病·死’탈출방법 터득을

모든 근심걱정 원인은 ‘내’

‘내’ 없어져야 고통 사라져

몸과 마음을 거울 보듯 보면

아바타의 근심걱정으로 치환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병고(病苦)로 말미암아 인류가 신음하고 있다. 병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단 백신과 치료제가 우선이겠지만, 궁극적으로 노·병·사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 요지는 이미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밝혀 놓으셨다.

‘지나가 버린 과거를 근심하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라.

지금 이 순간에도 머무르지 않는다면

그대는 평화롭게 살아가리라.’

일상의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고, 평화로운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여기에는 세 알의 약이 필요하다.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는 약, 머무르지 않는 약, 평화롭게 살아가는 약이다.

그 첫 번째로,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려면 ‘아바타 환(丸)’을 복용해야 한다. 아바타 환이란 다른 게 아니다. 아바타 명상을 의미한다. 아바타는 ‘분신·화신’을 뜻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아바타로 관찰하는 것이 아바타 명상이다. 명상은 단순한 ‘멍때리기’가 아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에 착안해 마음이 쉬는 것이 핵심이다. 아바타 명상에 앞서, 초보자가 접근하기 쉬운 명상법으로 우선 ‘유칼립투스 명상’을 권장한다.

얼마 전 호주 명상 투어를 다녀왔다. 말로만 듣던 호주 땅을 직접 밟아 보니 과연 장대하기 이를 데 없었다. 대륙이란 말이 실감 났다. 드넓은 평원과 바다, 그리고 산과 강, 푸른 하늘과 구름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또한, 가는 곳마다 공기가 청정해 부럽기 짝이 없었다.

특히, 온통 유칼립투스 나무로 뒤덮인 블루마운틴에 가 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전망과 함께 더욱더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유칼립투스는 몸통이 곧고 키가 큰 상록수로서 원산지가 호주이며, ‘시드니 페퍼민트’라고 불릴 정도로 향이 강해 비염이나 감기, 기관지염, 천식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이 유칼립투스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블루마운틴 지역은 호주는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공기가 좋아서 심지어 중국 부호들이 이곳의 공기를 수입해서 마신다고 한다.

바로 그 블루마운틴에서 줄지어 케이블카를 기다리면서 호흡명상을 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중국 부호들이 이 공기를 수입해서 마신다는 현지 가이드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지금 이 공기를 마시는 게 바로 돈을 벌고 있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우와, 숨 한 번 쉴 때마다 돈을 벌고 있는 것이로구나!

그런 의미에서 청정한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시며 아랫배가 일어날 때 ‘일~’이라 염하고, 천천히 공기를 내쉬며 아랫배가 들어갈 때 ‘만 원’이라고 염했다. 다시 들이마시며 아랫배가 일어날 때 ‘이~’라고 염하고, 천천히 내쉬며 아랫배가 들어갈 때 ‘만 원’, 다시 들이마시며 ‘삼~’이라 염하고, 내쉬며 ‘만 원’이라고 염했다. 이런 식으로 청정하기 짝이 없는 공기 한 번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호흡당 일만 원씩 벌고 있다고 염하는 것이다.

다만, 도중에 잡념이 들거나 멍때려서 염하는 것을 한 번이라도 놓치게 되면, 다시 ‘일 만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유칼립투스 명상’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명상을 실습하니, 초보자들은 다른 명상보다 훨씬 집중을 잘했다. 또한, 명상이 얼마나 잘됐는지 스스로 체크해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렇게 해서 명상에 조금 익숙해지면, 아바타 명상에 도전한다. 나의 근심 걱정은 ‘내’가 있기 때문이다. 근심 걱정이 소멸하려면 결국 내가 없어져야 한다. 내가 없어진다는 것은 죽음을 뜻함이 아니다. 살아 있으면서 무아를 체험하는 것이며, 그 비결은 ‘대면관찰’이다.

대면관찰이란, 몸과 마음을 거울 보듯, 영화 보듯,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면해서 관찰하되, 닉네임을 붙여서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바타’라는 닉네임을 붙여 몸의 행·주·좌·와(行住坐臥)를 관찰한다. 걸어가면 ‘아바타가 걸어간다’, 머무르면 ‘아바타가 머무른다’, 앉았으면 ‘아바타가 앉아 있다’, 누웠으면 ‘아바타가 누워 있다’고 관찰한다.

아울러 마음의 탐·진·치를 관찰한다. ‘아바타가 탐을 낸다, 아바타가 화가 난다, 아바타가 근심 걱정한다’고 관찰한다. 이것이 탐·진·치를 나로부터 분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예컨대, 화는 참으면 병이 되고 터뜨리면 업이 된다. 대면관찰하면 수그러든다. 더는 ‘나의 화’가 아니고 ‘아바타의 화’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생·노·병·사를 관찰한다. ‘아바타가 태어났다. 아바타가 늙어간다. 아바타가 병들었다. 아바타가 죽어간다’고 관찰한다. 이렇게 하다가 보면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내’가 아니라 다만 아바타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근심 걱정을 비롯한 모든 고통의 원인은 ‘내’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없어져야 나의 고통이 사라진다. 내가 없어지려면 몸과 마음을 아바타로 관찰해야 한다. 그러면 나의 근심 걱정이 아바타의 근심 걱정으로 치환된다. 관찰자의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 두 번째 약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라밀 환(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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