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낯가리는 성격인데.. 골프 덕에 인연·모임 많아져 삶에 활기"

최명식 기자 2021. 3. 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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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석 대표가 지난달 24일 충북 충주시 소재 중앙운수㈜ 사옥 집무실에서 그동안 사용해 온 골프채를 여전히 애지중지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박광석 중앙운수㈜ 대표

대표 맡은 모임·단체 수두룩

‘잘치는 골프’ 내려놓은 지 오래

건강하고 안전하게 즐길 뿐

입문 22년만의 홀인원 행운에

동반자와 中골프여행 다녀와

부친이 설립한 사업 이어받아

3代에 걸친 ‘100년 가업’ 꿈꿔

박광석(64) 중앙운수㈜ 대표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100년 가업’을 꿈꾸는 기업인이다.

지난달 24일 충북 충주시 중앙운수㈜ 사옥 집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인터뷰 전날 회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임페리얼CC에서 지인들과 골프 모임을 가졌다. 궂은 날씨에도 80대 중반 스코어를 기록했다. 충주댐과 지류들이 감싸는 아늑한 호반 도시 충주에는 30분 거리의 골프장이 20개가 넘는다. 그는 ‘신(新)골프 8학군’이라는 자랑을 잊지 않았다.

충주시 사업자등록 1호의 최고(最古) 기업인 중앙운수㈜는 박 대표의 부친 고 박성호 전 대표가 1956년 설립했고, 1999년부터 장남 박 대표가 이어받았다. 충주지역 최장수 기업.

대를 이어 65년 물류사업 외길을 달려왔다. 몇 해 전 중소기업청 ‘가업승계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중소기업은 평균 10년, 대기업은 보통 30년 수명인 국내 기업 풍토에서 100년 이상 기업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박 대표는 부친이 그랬듯, 장남(36)에게 ‘100년 가업’을 이어가도록 설득했다. 그의 장남은 지난해 서울 대기업을 그만두고 이곳으로 내려와 회사에 합류했다.

박 대표는 부친의 영향을 받아 일찌감치 골프에 입문했지만 젊은 시절 운동량이 많은 테니스에 더 몰두했다. 부친과 아침마다 테니스를 함께한 뒤 출근했을 정도. 하지만 대외업무 영역이 넓어지면서 점차 골프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박 대표에겐 골프로 맺은 좋은 인연이 많다. 그는 “아마 골프가 아니었으면 못 만났을 인연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 운송사업은 전국이 사업지이다 보니 네트워크가 필수요건이었다. 그래서 골프모임도 10개가 넘는다. 격월로 나가는 골프모임도 많다.

박 대표는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땐 연습장을 자주 나갔고 레슨 서적을 많이 봤다. 그래서 이론이 해박해 연구만 한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한다. 예전엔 집무실 한쪽에 퍼팅 매트를 갖다 놓기도 했지만, 몇 해 전부터 치웠고 연습장도 요즘엔 거의 가지 않는다. 박 대표는 거래 관계로 만나는 골프가 많다 보니 악착같이 쳐본 기억은 별로 없다. 그는 “그래서 골프 기량이 눈에 띄게 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좀처럼 나서지 않는 성격이기에 골프를 안 했다면 지금처럼 사교적인 모임에 자주 나가고 관련 모임이나 사회봉사단체 대표를 맡는 것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음엔 등 떠밀려, 거절할 수 없어 맡기도 했지만 점차 보람을 찾는 일도 많았다. ROTC 출신 충북지역 회장 건국대 최고경영자과정 총동문회장, 그리고 충북상공회의소 회장직은 부친에 이어 대를 잇고 있다.

박 대표는 운수회사 2곳과 부친이 설립한 강원 원주의 귀보학원(귀래중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다.

홀인원은 딱 한 차례. 골프 입문 22년 만이던 2017년 4월 4일 충주 킹스데일CC에서 열린 충주 첨단산업단지에서 작성했다. 입주기업인 모임 ‘첨단회’ 멤버들과 레이크 코스 3번 홀(파3·160m)에서 행운을 안았다. 그린 뒤에 핀이 꽂혀 있어 유틸리티 4번 클럽을 잡고 여유 있게 샷을 했다. 잘 맞은 느낌이었고, 핀에 붙었거니 하며 그린에 올라갔지만 공이 보이질 않았다. 그린을 넘어갔겠거니 생각했는데, 캐디가 홀 안에 들어간 그의 공을 발견했다. 이 홀 홀인원엔 골프여행사가 중국 황산 송백CC 3박4일 4명 무료 라운드권이라는 경품을 걸었다. 그날 저녁 만찬 때 동반자들이 더 기뻐하며 여행 일정을 잡았고, 한 달 만에 공짜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 중국 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시에 위치한 36홀 규모의 이 골프장은 중국 10대 명문 중 하나. 골프장 내 5성급 호텔이 5개, 총 객실 수만 600여 개 되는 중국이 자랑하는 특급 리조트다. 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여서 일행들은 도착 첫날부터 라운드를 시작해 돌아오는 날까지 나흘간 마음껏 골프를 즐겼다.

박 대표의 요즘 타수는 80대 중반 전후. 2008년 충북 대영힐스CC에서 기록한 78타가 베스트 스코어다. 몇 차례 싱글 핸디캡을 기록했지만, 더는 줄이지 못했다. 그에겐 골프가 생각보다 잘 안 되는 운동이다. 요즘에도 수영장과 헬스를 꾸준히 하면서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 이런 몸 관리가 그나마 비거리만큼은 여전히 200m를 고수하는 비결.

업무와 친분으로 치는 골프가 반반 정도라는 박 대표는 “골프를 잘 치는 것은 이미 내려놓은 지 오래”라면서 “단지 골프를 남들보다 더 즐겁게 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치고 싶은 게 골프이기에 오랫동안 안전하게 즐기고 싶다”며 “예전에는 하루 36홀씩을 기본으로 치기도 했지만, 이젠 그렇게 무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주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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