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대구 정승원 연봉조정 패배..멀기만 한 K리그 초상권 인식

이준희 2021. 3.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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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대구 FC의 정승원이 연봉 조정에서 구단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대구와 계약이 만료되는 정승원은 시즌 개막까지 구단과 연봉 협상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결국, 양측의 연봉 갈등은 프로축구연맹 연봉조정위원회의 선택을 받게 됐고, 연맹은 정승원이 아닌 대구 구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쟁점은 돈이 아닌 '초상권'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요구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사실 정승원은 구단의 연봉 제시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정승원 측은 광고, 유튜브, TV 출연 등에서 발생하는 초상권 수익을 옵션으로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대구 구단은 경기 수당 보너스는 가능하지만, 초상권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타 활동은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 선수가 축구 이외의 활동을 할 경우 경기력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연맹 연봉 조정위원회에서도 이 초상권은 중점 논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연맹은 초상권 부분은 이미 계약서상 구단에 그 권리가 있다고 판단해 선수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구단 측이 제시한 '연봉 + 수당에 따른 보너스'를 받는 것이 맞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구단 소유' 멀기만 한 초상권 인식

K리그에서 초상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습니다. 선수 표준계약서에서도 선수 초상권은 구단에 귀속된다고 돼 있습니다.


연맹 규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프로축구 연맹 '마케팅 규정 제9조'에 따르면
"연맹은 2개 구단 이상 또는 3명 이상의 코칭스태프 및 선수의 초상 이름 약력을 집합적으로 사용할 경우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선수에 대한 초상권은 원칙적으로 소속 구단에 있으며 특정 선수의 초상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해당 구단과 협의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표준계약서, 연맹 규정 어디에도 초상권 수익 분배와 관련된 내용은 찾을 수 없습니다.

선수가 구단과 계약할 때 초상권 수익 배분 관련 세부 사항을 계약서에 반드시 적게 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크게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사실상 구단이 선수의 초상권을 보유하는 상황 속에서, 구단은 선수 허락 없이도 '선수 이름'과 '선수 얼굴' 등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반면, 선수는 자신의 초상권이 사용되는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박힌 유니폼이 많이 팔려도, 자신의 얼굴이 광고에 노출돼도, 온라인 축구 게임에 자신의 캐릭터와 자신의 사진이 사용돼도 대다수의 선수는 수익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프로축구 연맹과 한 제과업체가 진행한 프로모션 제품에 정승원의 얼굴이 사용됐지만, 정승원은 이를 뒤늦게 알았고 수익금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유니폼 판매량도 팀 내 3위였지만 역시 아무런 보상은 없었습니다.

"지인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네 얼굴 초콜릿 과자에 사용되고 있는 거 아느냐고. 저는 몰랐거든요. 그 연락 받기 전까진... 제 얼굴 사용료 전혀 받지 못했어요. 유니폼도 제가 지난 시즌 세징야, 김대원 다음 세 번째로 많이 팔린 걸로 아는 데 그 부분에 대한 수익 분배도 전혀 없었고요."

일본 J리그를 비롯해 유럽 주요 리그에서 초상권 수익이 선수 개개인에게 분배되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상황입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도 높아지고 있는 한국 축구의 위상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선수 권리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국제축구선수협회 아시아/오세아니아 사무총장 프레데릭 위니아는 "한국은 FIFPRO에서도 매우 주목하고 있는 나라다. 세계적인 수준의 축구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고, 월드컵마다 본선에 진출하는 국가로서, 한국 축구는 위상이 매우 높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의 권리와 관련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프로축구선수협회는 현재 선수의 표준계약서상 초상권 관련 약관이 불공정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요구한 상황입니다.

김훈기 프로축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정승원 선수 건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 아쉽다. 프로축구 창설 30년이 넘도록 선수 초상권 수익이 제대로 선수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선수 권리를 하루 빨리 되찾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정한 계약 문화 정착을 위해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다음 달 23일부터 프로스포츠단에 사용을 권장할 예정인 가운데, 이 표준계약서에는 초상권 및 인격 표지권(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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