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부, 환경파괴 논란 '문산~도라산 고속道' 사실상 승인

선정민 기자 2021. 3.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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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 등 보호종 40종 서식지 통과, 작년까지 노선 변경 요구하며 반대

정부가 환경 파괴와 예산 낭비 논란에 휩싸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도 주민과 환경단체 반대를 뒤로하고 사실상 사업을 승인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4일 ‘문산~도라산 고속도로’의 추진 시기와 관련한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 질의에 “올 3~4월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열고 6월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작성 등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하반기 착공할 예정”이라고 일정을 공개했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파주 능산리와 도라산리를 잇는 10.75㎞(왕복 4차로) 구간으로, 총사업비는 5800억원에 달한다. 2018년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서울부터 평양까지 도로로 잇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남북 교류 사업이라는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한 상태다.

문제는 일단 사업 예정지 바로 옆 국도 1호선과 자유로 등 평양으로 향하는 도로가 2개나 있다는 점이다. 서울부터 임진강까지는 서울~문산 고속도로와 자유로, 국도 1호선 등을 통해 연결되고, 이어 도라산~개성공단 도로 등이 있어 평양까지 연결에 아무 문제가 없다. 1998년 ‘소떼 방북’이 이뤄진 통일대교가 옆에 있는데 임진강을 가로질러 가칭 ‘평화대교(길이 1880m)’를 신설하겠다는 내용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음은 환경 파괴. 이 사업 구간은 저어새, 삵, 금개구리 등 법정 보호종 40종이 서식하는 자연 보호 지역이고, 800m 거리에 철새가 도래하는 장단반도 습지도 있다. 5㎞ 하류는 한강 하구 습지 보호 구역. 관련 법령에 따라 수질, 소음, 먼지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된다. 이런 환경에 임진강 서안을 따라 남북으로 총 9개 교량을 박아 도로를 깔겠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아름다운 환경이 파괴되고 생활권이 반으로 쪼개진다” “수질 오염으로 어민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국토부조차 법정 보호종 ‘로드킬(road kill)’과 서식지 감소, 4만여 그루 나무 군락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는 작년 12월 환경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 “공사 과정에서 토사 유출로 인한 수질오염 가능성이 있다” “비산먼지, 소음, 진동으로 인한 생태계 영향과 주민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현지 조사에 참여한 교수 등 전문가들도 “중요한 동물, 어류에 대한 조사가 누락돼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노선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초기에 이 사업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환경부가 최근 입장을 바꾼 점도 뒷말이 나온다. 이 의원이 확보한 문서들을 보면, 환경부는 작년까지 진행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기존 도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 “임진강 하저터널 등으로 노선을 바꾸라”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올해 초엔 이 같은 ‘대체 노선' 주장을 철회했다. “환경부가 국토부에 밀렸다”는 말도 나왔지만 대통령 관심 사업을 끝까지 반대하기 어려워서 그런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국토부 측은 “남북 경협 활성화에 대비하고, 평화 통일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서울~문산 고속도로에 이어 고속 주행이 가능한 도로 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왕복 4차로인 국도 1호선과 민통선 내 연결도로 등을 통해 지금도 고속주행이 가능하다.

야당은 “북측과 약속에 따라 정부 임기 내에 ‘문재인 다리’라는 치적을 못 박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종배 의원은 “남북 대화가 중단됐고 통행 수요도 없는데 대통령 업적 쌓으려고 혈세를 낭비하면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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