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막말’ 동료에 등돌린 미 민주당

안용현 논설위원 2021. 3. 5.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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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미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면서도 끝까지 버티려 했다. 그러나 같은 당 대선 후보를 지낸 원로 골드워터가 상하원 원내대표를 대동하고 백악관을 방문해 “미국과 공화당을 생각하라”고 설득하자 다음 날 사임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무조건 트럼프 대통령 편에 섰던 최측근이었다. 그러나 부정선거로 승리를 도둑맞았다는 주장만은 동조할 수 없었다. 재검표 안건이 상원에서 부쳐졌을 때 “그만할 때가 됐다(enough is enough)”며 거부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무조건 트럼프 대통령 편에 섰던 최측근이었다. 그러나 부정선거로 승리를 도둑맞았다는 주장만은 동조할 수 없었다.

▶ 2008년 미 대선 공화당 후보였던 매케인은 지지자가 상대 후보 오바마를 “아랍인”이라며 비난하자 “그는 훌륭한 시민”이라며 마이크를 뺏었다. 매케인이 세상을 떠나자 오바마는 “진실과 민주 가치를 당파 이익보다 앞세웠던 사람”이라고 했고 2000년 공화당 경선 맞수였던 부시 전 대통령은 “매케인과의 우정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

▶ 탠든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낙마했다. 바이든 장관급 후보 중 첫 번째다. 과거 공화당 의원들에게 막말을 퍼부은 것이 문제였다. 미 상원 의석 구조상 민주당이 단합하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조 맨친 의원은 “그의 편파 발언은 의회와의 협력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반대했고, 민주당 원내대표도 거부감을 표시했다. 막말을 중단하자는 “헛소리 그만”을 구호로 내세웠던 바이든 대통령도 버틸 수가 없었다.

▶ 지난달 황희 문체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의 동의를 받지 못한 29번째 장관급이 됐다. 박근혜 정부(10명), 이명박 정부(17명)를 합한 숫자를 이미 넘어섰다. 전 정권 관계자가 구의역 사고 희생자를 폄하했을 때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없는 사람”이라고 펄펄 뛰었던 민주당 사람들이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걔(희생자)가 조금만 신경썼으면 됐을 것”이라고 했던 발언은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열성 지지자들의 경쟁 후보 진영에 대한 “문자 폭탄, 비방 댓글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자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겼다. 대통령이 상대 진영에 대한 막말에 오케이 사인을 내린 셈이다. 문 정부 장관들이 듣기 민망한 막말로 야당과 싸우면 오히려 진영 내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트럼프의 막말에 막말로 맞섰던 탠든을 읍참마속한 미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의 뇌 구조를 대한민국 민주당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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