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글로벌 제조업 지각변동

안상현 기자 2021. 3. 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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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후 #mint

신종 코로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끝나고 나면 세계 경제 역시 다시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코로나발(發) 수요 충격과 공급 부진이 일으킨 ‘공급 절벽’ 현상을 취재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남긴 후유증이 생각보다 더 오래갈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큰 후유증은 자유무역 체제의 쇠퇴가 아닐까 합니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내놓는 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미·중 무역 전쟁과 결합한 이런 새 국면(공급 절벽)은 ‘경제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의 부상을 촉발했다”고 평가합니다. 코로나 사태 전만 해도 미·중 양국 정부가 내세운 보호무역주의는 ‘자국의 이익’이라는 정치적 명분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제는 세계 공급망을 재편해야 한다는 경제적 필요성까지 갖추게 됐습니다.

그만큼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 현상과 그에 따른 피해는 극심합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생산이 미뤄진 자동차는 100만대에 달한다고 합니다. 감산(減産)한 완성차 기업 중에는 무(無)재고 적시 생산(Just In Time) 등으로 공급망 관리(SCM)에 도가 트였다는 도요타도 있었습니다.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 걸 암시합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방법으로 ‘차이나 플러스 원(중국 외 생산 기지 확보)’이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거론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 역시 많은 비용과 시간을 요구합니다. 1980년대 처음 경제특구를 개방했던 중국이 대규모 컨테이너 운반선을 소화하는 항구 인프라와 현지 기반 소재·부품 공급망을 갖춘 ‘세계의 공장’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0년입니다. 공급 절벽 사태의 후유증이 길게는 수십 년씩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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