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탄에 쓰러진 미얀마 19세.. 티셔츠엔 '다 잘될 거야'
미얀마 전역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지난 3일 군경(軍警)의 강경 진압으로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해 최소 38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하루 사망자로는 최대 규모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특히, 군경이 기관단총을 사용하고, 저격병을 배치해 시민들을 조준 사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3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에 실탄 사격을 가해 이날만 38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이라며 “이곳에서 진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4일 “지금까지 최소 54명이 숨졌고, 170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했다.
현지 매체들과 소셜미디어에선 군경이 기관총을 무차별 사용했다는 주장과 목격담이 잇따라 제기됐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북 오칼라파’ 마을의 한 주민은 트위터에 기관총 소리가 들리는 시위 현장 영상을 올리며 “마을이 한순간 전쟁터로 변했다”고 했다. 이 마을에선 최소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기너 특사는 “영상을 본 무기 전문가들은 군경이 9㎜ 기관단총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고 말했다.
양곤과 수도 네피도 등에서는 저격용 소총을 든 군인도 목격됐다. 이들이 철탑이나 건물, 차량에서 시위대를 겨냥하는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다수 올라왔다. 한 시민은 로이터통신에 “그들이 우리 머리를 직접 겨냥해 목숨을 뺏어 가고 있다”며 “이건 학살이다”라고 했다.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가했던 19세 여성 치알 신(영어명 에인절)도 총격에 쓰러진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태권도 클럽 강사인 그는 ‘모든 게 다 잘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고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나섰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그와 함께 시위 현장에 있었던 미얏 뚜는 외신에 “경찰이 총을 쏘기 시작했을 때 에인절은 내게 ‘앉아! 앉아! 총알에 맞을 수 있어’라고 말해줬다”며 “그는 다른 이들을 챙겨주고 보호하던 친구였다”고 했다. 에인절은 시위에 나서기 전 페이스북에 혈액형, 비상 연락처와 함께 ‘내 시신을 기증해달라’는 메시지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가 찍힌 사진들이 소셜미디어 등에 급속히 퍼졌다. 그에게 태권도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은 트위터 등에 “스승이 떠났다”며 슬퍼하는 글을 올렸고, 시민들도 그의 티셔츠 문구(모든 게 다 잘될 거야)와 함께 그를 추모하는 게시글을 소셜미디어에 끊임없이 올렸다. 4일 만달레이에서 열린 그의 장례식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에인절이 젊은이들에게 저항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고 했다.
앞서 에인절은 지난달 8일 페이스북에 시위에 참가한 사진을 올리고, ‘미얀마에 정의를’ 등의 태그와 함께 한국어로 ‘미얀마를 구해줘’라고 적기도 했다. 사진 속 그는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고위 공직자와 경찰, 공무원들도 속속 민주화 시위에 힘을 싣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군부가 임명한 틴 마웅 나잉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 대행이 3일 사임했다. 군부는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를 정면 비판한 초 모에 툰 대사를 해임하고 부대사였던 그를 대행으로 임명했다. 또 지난달 말 양곤 지역 경찰 간부가 사임하며 반(反)군부 진영에 합류한 데 이어, 최근 2명의 만달레이 지역 경찰 고위 간부가 사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제사회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얀마 군정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4일 베트남 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트남인 390명이 여객기 2대에 타고 모국으로 돌아갔고, 일본 기업인과 싱가포르인들도 귀국에 나서는 등 외국인들이 미얀마를 급히 빠져나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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