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2병·번개탄 사간 손님… 마트 주인 ‘눈치’가 살렸다
지난달 28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마트. 이모(57)씨가 운영하는 매장에 50대 여성 A씨가 들어왔다.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A씨는 냉장고에서 꺼낸 소주 두 병과 과자 두 봉지를 들고 계산대로 왔다.
A씨는 “번개탄(착화탄)이 어디 있나요” 하고 물었다. 이씨는 “가족들이 고기 구워 먹나 봐요”라고 답하며, 번개탄 하나를 건넸다. 그러자 A씨는 “번개탄 하나로는 부족할까요?”라고 되물었다. 번개탄 2개와 소주 2병, 과자 2봉지 값으로 1만1000원을 낸 A씨는 라이터도 하나 샀다. 이씨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계산을 마친 A씨는 흰색 승용차를 타고 사라졌다. 불길한 예감에 이씨는 황급히 A씨의 차 번호를 적어뒀다. 곧바로 112에 신고하려 했지만, ‘혹시라도 경찰이 헛걸음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112에 빨리 신고하라”는 딸의 말을 듣고 이씨는 오후 4시 45분쯤 전북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 “소주 두 병과 번개탄을 사 간 손님이 있다. 느낌이 이상하다”고 했다.
경찰은 이씨가 알린 차 번호로 A씨 위치를 추적했다. 당시 A씨는 전북 부안군 부안읍 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하서파출소 경찰관이 승용차를 멈춰 세웠고, A씨를 설득해 파출소로 데려갔다. 끝내 입을 열지 않은 A씨는 경찰 연락을 받고 찾아온 남편과 광주광역시 집으로 돌아갔다. A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손님의 행동을 유심히 본 마트 주인이 눈치챈 덕에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4일 본지와 통화하며 “20년 가까이 마트를 운영했지만, 손님에게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 것은 처음”이라며 “A씨가 다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지 않도록 가족이 잘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찬대 “尹, 특검법 거부한다면 박근혜 같은 최후 맞을 것”
- “할부지가 꼭 보러 올게” 약속한 강바오, 3개월만에 푸바오 재회
- 비욘세가 엘비스보다 덜 복잡..."유행가 멜로디, 점점 단순해져"
- “새 폴더블폰 온다” 갤Z6 출시 앞두고 통신사 수요 선점 마케팅
- “내가 누군지 알아?” 지각해 비행기 놓치자 직원 때린 그리스 의원
- 어떤 환자라도 혈액형 상관없이 수혈 가능... 日서 개발한 인공혈액
- 檢, 9일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소환 조사 예정
- 조국 “형 확정돼도 尹에 사면 구걸 안해…제2, 3의 조국 등장할 것”
- 핏불에 물려 피투성이 된 6살 美소녀… 8살 오빠가 구했다
- 시청역 참사 현장에 조롱 쪽지 남긴 20대男, 경찰에 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