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윤석열의 '별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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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른슈툰데(Sternstunde)'라는 독일어 단어는 '별의 순간' '별의 시간'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별의 순간'이란 표현을 대중화한 이는 오스트리아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다.
우리에겐 낯선 '별의 순간'이란 표현이 독일 뮌스터대에서 박사를 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덕에 인지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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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른슈툰데(Sternstunde)’라는 독일어 단어는 ‘별의 순간’ ‘별의 시간’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독일어권에서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흔히 사용된다.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 군인 알브레히트 발렌슈타인 등 적잖은 유명 인사들이 심취했던 점성술(占星術)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별의 순간’이란 표현을 대중화한 이는 오스트리아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다. 국내에선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타이틀로 잘 알려진 1927년 그의 저서 원제는 ‘인류의 별의 순간(Sternstunden der Menschheit)’으로 비잔티움(동로마)제국 최후의 날, 나폴레옹 몰락의 순간, 봉인 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들어간 블라디미르 레닌 등 세계사의 향방을 가른 찰나를 포착했다.
우리에겐 낯선 ‘별의 순간’이란 표현이 독일 뮌스터대에서 박사를 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덕에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가 젊은 시절 접한 독일 문화에 대한 친숙함 때문인지, 아니면 “신이 역사 속을 지나갈 때 그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게 정치가의 의무”(오토 폰 비스마르크)라는 독일식 정치관이 투사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올초부터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며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 국가에 크게 기여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다”고 지속해서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화답하듯, 줄곧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윤 총장이 어제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총장직에서 사퇴했다.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각오에서 그가 조만간 정치행보에 나설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다. 일단은 “3월이 결정적 순간이 되지 않을까”라고 했던 김 위원장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많은 이가 윤 총장이 지금이 ‘별을 잡을 순간’이라고 보고 행동에 나섰다고 판단한다. 그에게 주어진 것이 ‘별의 순간’이 맞는지도 궁금해한다. 하지만 ‘별의 순간’이란 낭만적 표현 뒤에 담긴 무거운 책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츠바이크가 강조하고자 했던 것도 “수많은 사건이 몰린 순간이 개인은 물론 민족과 인류의 운명을 결정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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