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총장 사퇴, '검찰 해체' 밀어붙인 文정권 탓이다

입력 2021. 3. 4. 23:4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 4개월여를 남겨두고 전격 사퇴했다.

윤 총장은 어제 대검 청사 현관 앞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이 그제 대구고검에서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작심비판하자, 청와대는 불쾌감을 표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식·정의 파괴 지켜보기 어려워"
중수청 강행 무리수가 부른 사태
文대통령, 책임 있는 답변 내놔야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 4개월여를 남겨두고 전격 사퇴했다. 윤 총장은 어제 대검 청사 현관 앞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밀어붙이는 여권의 무리수가 윤 총장 사퇴를 불러온 것이다. 검찰총장이 ‘법치 말살’을 이유로 사퇴한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윤 총장이 “직을 걸고서라도 중수청 설치를 막겠다”고 한 만큼 사퇴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윤 총장이 그제 대구고검에서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작심비판하자, 청와대는 불쾌감을 표시했다. 정세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 총장 거취에 대해 건의하겠다고 하자, 윤 총장이 자진사퇴를 선택한 것이다. 여권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고 법치를 흔드는 상황에서 총장직을 유지하면 잘못된 현실에 대한 묵인으로 비춰질까봐 우려했다고 한다.

윤 총장이 사퇴한 것은 문재인 정권의 책임이 크다. 문 대통령은 정권 초 적폐청산 수사를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윤 총장을 “우리 총장님”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정권을 향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여권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 박탈, 인사권 배제, 징계 등으로 고강도 압박을 가하자 윤 총장은 소송을 불사하며 버텼다. 하지만 여권이 검찰에 남겨둔 6개 범죄 수사권마저 없애겠다고 하자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표를 낸 것이다. 오죽하면 윤 총장이 “검찰을 법무공단으로 만들려 한다”고 했겠나.

문 대통령은 곧바로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정 총리는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법무부와 잘 협의해 앞으로 검찰개혁이 잘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수장의 전격 사퇴로 혼란에 빠졌다. 조 전 장관 일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등 정권비리 의혹 수사가 중단되거나 흐지부지될까봐 우려스럽다. 박범계 법무장관과 청와대가 정권 수사팀을 해체시키는 ‘꼼수 인사’를 한다면 국민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임기제 검찰총장의 사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검찰총장의 임기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던 문재인정부가 검찰에 또 다른 흑역사를 남겼다. 여론조사 결과 등에서 반대 여론이 우세한 만큼 여권은 중수청 설치를 더 이상 밀어붙여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은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한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