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리테일 아포칼립스'

백소용 2021. 3. 4. 23: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문을 열어놓기만 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오는 시대는 끝났다."

급격한 오프라인 고객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는 백화점 업계의 푸념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AK 5대 백화점 전국 67개 점포 중 지난해 매출이 성장한 곳은 7곳에 불과하다.

올해 백화점 업계의 도전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을 열어놓기만 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오는 시대는 끝났다.”

급격한 오프라인 고객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는 백화점 업계의 푸념이다. 대형마트부터 각종 소규모 점포까지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지만 백화점 업계에 코로나19는 유독 더 가혹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AK 5대 백화점 전국 67개 점포 중 지난해 매출이 성장한 곳은 7곳에 불과하다. 20% 이상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곳이 수두룩하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점포의 문을 자주 닫은 데다 소비자들이 백화점의 주력 품목인 의류 등의 소비를 확 줄였기 때문이다. 올해 받아든 충격적인 성적표보다 더 두려운 것은 앞으로 상황이 예년 수준으로 개선될지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
한 건물 안에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은 1980년대 이후 경제 호황기와 함께 전성기를 누렸다. 백화점은 점차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믿을 수 있는 쇼핑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백화점 입점업체’라는 딱지가 제품과 브랜드의 보증수표로 통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쇼핑 공간으로서의 위상은 여전했다.

이제 백화점 업계는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 굳이 힘들여서 백화점까지 갈 이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출생아 감소에 따라 물건을 사줄 고객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서서히 일어나던 이 변화를 코로나19가 빠르게 앞당겼다.

미국에서는 오프라인 소매업의 몰락, 종말을 뜻하는 ‘리테일 아포칼립스’라는 말도 나온다. 미국 대형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한 상황을 뜻한다. 2017년부터 미국 유수의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가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 밀려 잇따라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이런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세 곳의 백화점이 새로 문을 연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 6월 화성 동탄역 복합환승센터에 들어서는 롯데백화점, 하반기 대전 유성구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에 문을 여는 신세계백화점이다. 유통 ‘빅3’의 백화점 신규 출점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유통가에서는 오랜만에 새로 들어서는 백화점이라는 사실보다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문을 여는 사례라는 점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들 백화점은 각각 지역권에서 가장 크다는 점을 바탕으로 주변 상권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전체 공간에서 영업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 도심 속의 휴식 공간을 마련한다든지,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바탕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도록 해주겠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지만 목표는 하나일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백화점의 생존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쇼핑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가 오프라인 쇼핑에 나서야 할 이유 말이다. 올해 백화점 업계의 도전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