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의 표명.."검찰에서 할 일은 여기까지"

이재희 2021. 3. 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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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추진에 맞서 직을 걸 수 있다고 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결국 오늘 사의를 밝혔습니다.

윤 총장은 검찰과 반부패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더 볼 수 없었다는 사퇴의 변을 남겼습니다.

사회부 법조팀 이재희 기자와 함께 구체적인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윤 총장의 사퇴 이유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한 마디로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추진을 반대하기 위해 직을 내려놓겠다는 겁니다.

먼저 오늘 윤 총장 입장 발표 현장부터 보시죠.

[윤석열/검찰총장 :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합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윤 총장은 6대 범죄 즉 중대 범죄의 수사권을 검찰 대신 중수청이 갖고 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다면, 힘 있는 사람의 범죄를 처벌하기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습니다.

특권층의 부패나 횡령 등 범죄는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 대형화 돼 가는데, 수사 따로 기소 따로 가면 진짜 싸움인 법정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앵커]

좀 전에 윤 총장 입장에서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된다는 말도 있었는데, 무슨 얘기인가요?

기자

네, 중대 범죄는 곧 특권층의 범죄잖아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 전체를 위해 공평하게 작동해야 하는 검찰의 형사법 집행 기능이 무너지는 거다.

이는 곧 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윤석열/검찰총장 : "저는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사법 선진국들도 중대 범죄는 수사와 기소를 융합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윤 총장은 덧붙였습니다.

또 검찰이 수사와 재판을 통해 쌓은 역량과 경험은 검찰이 아닌 국민의 자산이라고도 했는데요.

수사권이 박탈되면 이 자산이 사라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앵커]

윤 총장 사퇴에 대해 검찰 내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기자]

일선 검사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이해하는 분위깁니다.

여당의 중수청 법안 추진을 윤 총장이 현실적으로 막기는 어려운 만큼 총장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한편 시기나 방법 상 아쉽다는 의견도 많은데요.

대검이 중수청 법안에 대한 일선청의 의견을 취합한 만큼, 총장으로 있으면서 더 적극적으로 반대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 당장 내일부터 대검은 차장검사 대행체제로 운영되는데, 월성 원전 수사 등 권력 수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앵커]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놨죠?

[기자]

네, 박 장관은 소식을 전해듣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퇴근길에선 검찰 구성원들이 서운하겠지만, 업무 공백이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박 장관은 어제 중수청 설치는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특히 검찰 직접 수사의 여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윤 총장이 수사권 남용의 측면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이제 관심 사안은 과연 윤 총장이 정계 진출을 할 것인가 일텐데요.

[기자]

취재진이 어제와 오늘 정계 진출 의향을 물어봤는데요.

윤 총장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윤 총장 입장 중에 의미심장한 대목이 있습니다.

[윤석열/검찰총장 :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지금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정계 진출에 대해 어느정도 여지를 남겼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참여연대는 검찰 기관장이 사임한 뒤 곧바로 정치적 행보에 나선다면, 그 동안 언행들이 정치적 기반 형성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재희 기자 (lee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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