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삶과철학] 철학의 정의

남상훈 2021. 3. 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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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철학이 어떤 학문인지 상상하기 참 어렵다.

주변에서 철학자라는 사람을 보기도 어렵고 초·중등 교육에서 철학을 따로 배우지도 않기 때문이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철학자마다 철학의 정의가 다 다르고, 철학이 무엇인지가 철학의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철학자는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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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철학이 어떤 학문인지 상상하기 참 어렵다. 주변에서 철학자라는 사람을 보기도 어렵고 초·중등 교육에서 철학을 따로 배우지도 않기 때문이다. 철학자끼리도 철학이 무엇인지 합의된 것도 아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철학자마다 철학의 정의가 다 다르고, 철학이 무엇인지가 철학의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그래도 철학의 그리스어 어원을 따라 ‘지혜의 사랑’이라는 정의가 많이 말해진다. 하지만 철학만 지혜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닌 게 아니라 고대 그리스 시대에 철학은 지금 말하는 좁은 의미의 철학이 아니라 ‘학문’ 자체를 가리켰다. 지혜를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철학이든 다른 학문이든 모두 마찬가지이다. 다만 그 ‘사랑하는’ 방법이 다소 다르다. 예를 들어 물리학자는 여러 사건의 원인을 묻는다. 철학자는 원인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는다. 또 경제학자는 어떻게 하면 정의로운 분배를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철학자는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다. 철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좀 더 근본적인 지혜를 묻는 것이다.

이때 쓰는 방법도 철학과 여타 학문은 다르다. 물리학자는 실험이나 관찰을 할 것이고, 경제학자는 통계 조사를 할 것이다. 곧 경험적 방법을 쓴다. 그러나 철학자의 주된 방법은 논증을 만들고 그 논증을 평가하는 것이다. 오로지 머릿속으로만 하는 작업인데, 이를 ‘선험적’이라고도 부르고 ‘사변적’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논증을 만들 때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게 아니라, 과학자들이 경험으로 발견한 지식이나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을 전제로 삼는다. 과거에 자연이나 사회를 연구 대상으로 할 때 사변적 방법을 사용할 때가 있었다. 그때는 과학 대신에 ‘자연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과학은 이제 철학에서 떨어져 나갔고 전혀 다른 방법론을 사용한다.

참, 앞에서 초·중등 교육에서 철학을 따로 배우지 않는다고 했지만, 도덕이나 윤리 과목에서 철학의 한 분과인 윤리학을 조금 맛보기는 한다.

최훈 강원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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