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외국자본, 위장폐업 철회하라" 달성 한국게이츠 노조원 '도보투쟁'

글·사진 박태우 기자 2021. 3. 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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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본사 둔 차 부품업체
30년 흑자에도 사업장 폐쇄
147명 해고 통보, 19명은 거부

[경향신문]

한국게이츠 노조원들이 지난 3일 오후 대구 북구 칠곡농협태전지점 앞을 행진하면서 사측의 ‘흑자·위장폐업’을 규탄하고 손배가압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위장폐업으로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 ‘먹튀 자본’은 반드시 응징하겠다.”

지난 3일 낮 12시 대구 북구 칠곡농협태전지점 앞 네거리. 노란 조끼를 입은 달성공단의 한국게이츠(주) 노동자 20여명이 ‘흑자·위장폐업 철회’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이틀째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회사 측의 위장폐업에 맞서 8개월 넘게 투쟁을 이어온 한국게이츠 노조원들은 이달부터는 도보투쟁을 하고 있다. 투쟁대열 선두에 선 정세헌 노조 조직부장은 “일방적으로 폐업한 먹튀 자본의 횡포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외국 자본 철수에 따른 법적, 제도적 보완 장치를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팔당시장역을 출발해 팔거역까지 4시간에 걸쳐 8.4㎞를 행진했다. 삭발을 한 채 행진에 나선 채붕석 노조위원장은 “회사는 지난 30년간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고 2019년에도 57억원의 흑자를 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내세우고 있으나 속셈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위장폐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거로 회사가 폐업 이후에도 재정·전산·품질분야 등 핵심 부서 인력 15명을 게이츠 판매법인인 게이트유니타코리아(주)에 고용승계시킨 점을 들었다. 회사를 일시적으로 폐쇄한 뒤 한국게이츠를 대신할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노조 와해·새 기업 설립 속셈”
대구 시내 돌며 ‘거리 시위’
“대구시 중재 않고 뒷짐” 비난

노조는 오는 16일까지 평일에는 대구 시가지 곳곳을 돌며 총 75㎞에 걸친 도보투쟁을 벌이고 주말에는 동성로에서 시민 1만명 서명운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한국게이츠는 지난해 6월 흑자 상황에서 사업장을 폐쇄했다.

이에 노동자 147명은 퇴직 통보를 받고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 등 해고노동자 19명은 퇴직을 거부한 채 대구시청과 국회, 청와대 앞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의 투쟁에 사측은 손해배상 카드로 압박하고 있다. 회사가 노조원들이 사업장의 차량진입을 막는 등 업무를 방해한다며 낸 3억5000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노조원들에게 부동산 가압류가 진행되고 있다.

노조는 부품을 납품하는 현대자동차와 대구시의 안이한 대응도 질타했다. 노조 관계자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생존권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현대차가 부품을 게이츠 중국공장에서 납품받기로 함에 따라 폐업이 쉽게 이뤄졌다”면서 “현대차가 폐업을 사실상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또 “위장폐업으로 노동자 147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하청업체 직원과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6000여명의 시민이 피해를 입었는데 대구시는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 등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채 위원장은 “회사가 손배·가압류와 위장폐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노동,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투쟁 강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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