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없거나 멀거나..여성 노동자들 갈증 참는다
[경향신문]
여성 노동자 10명 중 4명은 근무 중 화장실 사용이 어려워 수분 섭취를 제한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방광염 등 관련 질환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여성 노동자 일터 내 화장실 이용 실태 및 건강영향 연구 토론회’를 열고 지난해 여성노동자 889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업무 수행 장소에서 1~2분 거리 내에 화장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711명 중 93명(13.08%)이 ‘없다’고 답했다. 화장실에 도착해도 1~2분 이내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응답자 718명 중 96명(13.37%)이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일터에 여성 노동자가 소수이다 보니 이들을 위한 화장실, 탈의실이 만들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근무시간 등이 노동자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형태로 설계돼 있지 않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2003년부터 생산라인에 여자는 혼자였다. 현장 배치되면 화장실이 없거나 있어도 멀어 가기 어려웠다”고 했다. 복합쇼핑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화장실은 보통 한 층에 세 칸, 네 칸인데 직원은 수백명이다. (화장실 수가)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열차 기관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기관차에는 화장실이 없고 객차에는 손님용뿐”이라며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기차가 정차한 1~4분 사이에 왕복 최대 140m를 전력질주해야 한다”고 했다. 건설 현장에는 여성용 화장실이 없다는 답변도 있었다.
화장실 이용이 어려우니 여성 노동자들은 먹는 것을 제한했다. 근무 중 화장실 이용이 어려워 수분 섭취 제한을 한 적이 있냐는 물음에 응답자 864명 중 317명(36.68%)이 ‘있다’고 답했다. 일부 응답자는 ‘화장실’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불안감 및 자존감 저하’를 느낀다고 했다.
최근 1년간 화장실 이용과 관련해 발생한 증상(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 입마름을 호소한 이들이 4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잔뇨감 395명, 어지러움 및 현기증 382명, 근육경련 및 근육저하 329명, 배뇨통 313명이었다. 병이 생겨도 쉬지 못했다. 질염 및 생식기 주변 염증, 방광염 진단을 받았다는 이들이 174명, 160명 있었지만 병가를 사용한 이들은 각각 12명, 17명에 불과했다.
민주노총과 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화장실 문제는 그간 주요 의제로 논의되지 못했다”며 “편의시설 수준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 측면에서 ‘안전보건’의 책무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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