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무서워요?".. "별을 보면 괜찮아지더라고"
산채서 삶의 마지막 기다리던 희태
오래전 헤어진 아내의 편지를 받아
아들 민상과 2박3일간 낯설은 동행
눈 쌓인 겨울산 속살과 장엄함 압도
부자간의 교감이 짙은 여운을 남겨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던가. 눈 쌓인 겨울산의 속살과 자연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여름 산비탈 바람을 울창한 넝쿨에 일렁이는 빛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곳마다 관광엽서 같은 장면들이 펼쳐진다. 관객들은 장엄하고 청량한 풍광에 빠져들거나 쉽사리 압도당하고 만다.
산채에서 홀로 살아가는 희태(송재룡)는 어느 날, 오래전 헤어진 아내가 보내온 한 통의 편지를 전해 받는다.
(역전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비비던 희태가 불쑥 무심한 경상도사투리로 묻는다.
“지금 방학이가. 학교는 어딘데?”
“영문중학교요.”
“오느라 힘들었제?”
“아니요. 별로.”
민상은 희태만큼이나 무뚝뚝해 보인다. 짧게 통화하고 전화를 끊는다. 희태를 바꾸어 주지도 않는다. 희태 또한 통화를 바라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날 밤 둘은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한다. 방 안 천장에 야광 별들이 잔뜩 붙어 있다.
“이거 왜 붙이셨어요?”
“무서울 때가 있어.”
“어른도 무서워요?”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첫 만남, 그리고 2박3일간의 낯설고 어색하면서도 서로의 인생에 가장 강렬한 기억과 그리움을 남길 아름다운 동행을 담아낸다. 이미 혼자가 익숙해진 아버지 희태, 그런 희태의 일상에 불쑥 찾아온 아들 민상의 미묘한 감정선과 관계가 영화를 끌어 간다. 함께 길을 걷고, 숲속과 산을 다니면서 어색한 관계 사이로 흐르는 아버지와 아들의 교감이 객석에 짙은 여운을 남긴다.
김보람 촬영감독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 희태와 민상을 보듬어 주는 다양한 ‘밤빛’들을 오롯이 담아내,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열혈스태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무영 감독은 “국토의 70%가 산인 한국에서 산은 국가라는 개념이 생기기 이전에는 신과 인간의 중간자 역할을 해냈다”고 설명한다. 서로 닿을 수 없는 여름과 겨울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산을 삶과 죽음의 중간쯤인 공간으로 설정해 아버지와 아들의 마지막 교감을 관객들이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울러 다양한 시점숏을 효과적으로 연출해 눈과 마음을 동시에 앗아가는 압도적 미장센을 완성했다.
송강호, 문소리, 이성민, 문성근 등이 거쳐 간 극단 차이무 출신의 송재룡은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 ‘바람난 삼대’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스크린과 TV로 보폭을 넓힌 그는 ‘밤빛’에서 희태 역을 맡아 눈빛, 표정, 몸짓만으로 대부분의 감정과 서사를 전달하며 객석을 흔들어 놓는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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