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희수 전 하사의 죽음, 혐오라는 이름의 사회적 타살이다
[경향신문]
성전환 수술을 받고 군에서 강제 전역된 변희수 전 하사가 3일 자택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군 복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소송을 해오던 스물세 살 청년이 짧은 생을 포기한 것이다. 성소수자에게 제도적·정신적으로 가해지는 혐오와 차별이 얼마나 두껍고 숨막히는지 항변한, 또 한번의 안타까운 죽음이다.
변 전 하사는 기갑부대 전차조종수로 복무하던 2019년 12월 트랜스젠더를 선언한 첫 현역군인이다. 휴가 나와 성전환 수술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그는 법원에 성별 정정신청서를 내고, 여군으로 군복무를 이어가길 희망했다. 그러나 군은 “심신장애 3급”으로 판정하고, 전역심사위를 열어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그 후 변 전 하사는 지난해 2월 “성 정체성을 떠나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다”며 인사소청을 냈다가 군이 기각하자 8월엔 대전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음달 첫 변론이 잡힌 송사 중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군과 정부는 “적법 절차를 따랐다”며 국가인권위의 ‘전역심사위 세 달 연기’ 권고와 ‘국제인권법 위반’이라는 유엔인권이사회 서한을 수용하지 않았다. 유달리 성소수자를 포용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폐쇄성과 낮은 인권 감수성은 해외에서 더 공론화되고, ‘변희수 사건’으로 이름 붙여졌다.
열흘 전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지쳤다”며 “보이지 않는 시민과 보고 싶지 않은 시민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고 썼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퀴어축제를 거부할 권리’를 제기하고 소모적 공방만 벌어진 데 대한 설움과 절망을 표출한 것이다. 성소수자를 소환해 상처 주고 표의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는 멈춰야 한다.
산업재해나 젠더폭력 희생자,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곧잘 ‘사회적 타살’이라고 한다. 법·제도의 출구는 없고, 외진 곳에서 몸부림치다 죽어야지 쳐다보는 ‘약자들의 죽음’을 지칭한다. 혐오가 낳는 성소수자의 죽음도 이제 다를 바 없다. 세계적으로 성소수자 문제는 한 사회의 인권·관용·성숙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성소수자의 잇단 사망 소식을 접한 인권위는 4일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국회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같은 시민’으로 살 수 있는 법의 출발선을 서둘러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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