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행보·조직 이기주의 논란 남기며 중도사퇴한 윤 총장
[경향신문]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추진에 반발하며 4일 사퇴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하는 데 온 힘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총수가 임기를 4개월 남겨두고 중도 사퇴한 것은 유감스럽다. 검찰사에 기록될 또 하나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윤 총장은 강골 특수부 검사로 박근혜 국정농단과 삼성 등 재벌과 정치권력의 유착을 단죄하는 데 기여했다.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원전 수사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도 벌였다. 권력에 약했던 검찰의 과거를 생각하면 ‘윤석열 검찰’의 도전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윤 총장은 과도하게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도 받았다. 중수청에 반대하는 과정에서는 노골적으로 대국민 여론전을 펼쳤다. 대구의 검찰청을 찾아가 “고향에 온 듯하다”며 검사들에게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했다. 중립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검찰조직의 총수답지 않은 정치색 짙은 언동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 굵직한 개혁안 속에서도 검찰의 생리는 변하지 않았다. 또 윤 총장이 검사들 비리 의혹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오점이다. 검찰 지상주의자라는 비판과 함께 검찰조직의 이익만 앞세우는 데 급급해 국민 편익을 앞세우는 진짜 개혁에는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하지만 사태가 오늘에 이르게 된 데는 여권의 책임도 무겁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여권은 지난해부터 수사지휘권 발동과 징계로 윤 총장을 연이어 압박하며 그를 끌어내리려 했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절차를 가벼이 한 유감스러운 조치였다. 살아있는 권력은 수사하지 말라는 신호로 비치기 충분했다. 여권이 두고두고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한 시간 만에 수용했다. 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안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도 수리했다. 이로써 정부·여권과 윤 총장 간의 갈등은 일단락됐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후임으로 검찰조직을 잘 추스르면서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여권·야권에 기울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인사여야 함은 물론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를 안착시키고 중수청 신설 논의도 차분히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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