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희수 하사 죽음, 차별·혐오가 빚은 '사회적 타살'

한겨레 2021. 3. 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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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전역된 변희수 전 하사가 지난 3일 숨졌다.

그의 죽음이 지난해 1월 강제전역 뒤 겪었을 무참한 고통을 상기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강제전역 뒤 군이 보인 태도에도 거듭 절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육군은 '변 하사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연기하라'(지난해 1월), '변 하사 강제전역을 취소하라'(지난해 12월)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모두 무시한 채 행정소송 결과에 따르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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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를 계속하고 싶어 성전환 수술을 했던 거예요. 수술 후에 우울증이 사라지는 등 모든 게 정상이 됐어요.” 변희수씨가 지난해 3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공원에서 했던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육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전역된 변희수 전 하사가 지난 3일 숨졌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비통해하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의 죽음이 지난해 1월 강제전역 뒤 겪었을 무참한 고통을 상기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변 하사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차별과 혐오 언행을 쏟아냈다.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들의 비틀린 인식이 그에겐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으로 느껴졌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강제전역 뒤 군이 보인 태도에도 거듭 절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육군은 ‘변 하사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연기하라’(지난해 1월), ‘변 하사 강제전역을 취소하라’(지난해 12월)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모두 무시한 채 행정소송 결과에 따르겠다고만 했다. 그런 군이 변 하사 사망 직후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고 한 것도 놀랍지 않다. 필요할 때는 ‘피를 나눈 전우’고 필요없으면 민간인인가.

여론이 나빠지자 국방부는 4일 “안타까운 사망에 애도를 표한다”고 했지만, “현재 성전환자 군복무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뒷짐만 지지 말고, 성전환자들이 군복무를 하는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검토해 군인사법 관련 제도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도 지난달 24일 숨졌다. 그즈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간에 퀴어축제를 둘러싸고 “성소수자를 보지 않을 권리” 같은 차별 발언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차별과 혐오를 막을 책무가 있는 정치권 인사들이 성소수자 혐오에 편승한 책임은 더없이 무겁다.

두 사람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를 ‘누구나 존재 그대로 인정받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체없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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