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섬에서 코로나시대를 논하다

2021. 3. 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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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동 법무법인 세종 고문
김준동 법무법인 세종 고문

최근 섬여행이 인기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안에서 멀지 않은 인기 있는 섬들은 시간을 놓치면 여객선 예약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섬 산행은 육지 산행에 없는 독특한 맛이 있다. 바다와 섬들이 보여주는 그림 같은 풍경 외에도 육지 산행만큼 힘들이지 않고, 섬둘레 길이나 해변을 걸을 수 있다. 무엇보다 호젓해서 좋고 사람들이 아주 적어 가끔 마스크를 벗을 수도 있다. 싱싱한 해산물은 덤이다.

필자도 섬을 자주 간다. 최근에는 처음으로 서해 백령도를 찾았다. 백령도는 인천에서 하루에 한 번 가는 배로 중간에 대청도를 거쳐 4시간 30분을 가야 도착하는 서해 최북단 섬이다. 인구 8000명이 사는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큰 섬이다. 섬 전체가 요새이지만 섬 북쪽에는 국가 명승지로 지정된 환상의 두무진 해변이 있다. 섬 서쪽 마을에는 120년 전에 한국에서 두 번째, 휴전선 이남에선 최초로 세워진 120년 된 교회가 있어 아직도 예배를 보고 있다.

서해 절벽 위에는 2.5㎞ 앞 사고 현장을 외롭게 지키고 있는 천안함 용사들의 위령탑이 석양을 비추고 있다. 북한을 마주 보는 동쪽 언덕 위, 치마를 들쳐 든 심청의 얼굴 조각은 애잔함이 살아있다. 섬 남쪽에는 점박이 물범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부두에서 내려 렌트카를 타고 섬을 한바퀴 도는 데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 백령도에서 3박4일간 있었다. 당초 1박 2일 계획을 했는데, 파도로 배가 못 떠 3박4일 일정이 돼버렸다. 나름 '멈춤'이라는 경험을 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백령도에서 3박4일 삶의 멈춤을 경험했지만, 결과적으론 아무 일도 내겐 없었다. 줌(Zoom)으로 인터넷 회의도 참석하고 스피커폰으로 회의도 아무런 잡음없이 깔끔하게 했다. 정보기술(IT) 코리아는 백령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스로 섬에 있다는 말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시간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참아내야 하는 일과적 불편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한테 가져온 집단적인 행동에 대한 멈춤의 신호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멈춤의 시그널'을 더 근본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종류의 팬데믹은 계속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전에 메르스와 사스가 다녀갔고, 앞으로 어떠한 신종 바이러스가 올지 모르지만, 반드시 또 나타날 것이다. 중세 페스트도 마찬가지이지만, 인류에게 이러한 시련은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일이다. 그래서 인간의 유전자 속에는 변화에 적응하는 무서운 DNA 인자가 들어 있다. 역경에 적응해서 살아온 우성 유전자가 우리의 두뇌 활동보다 더 빨리 작동하는 것은 생존과 종족 보전을 위한 신의 섭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이기적인 유전자'로 표현하기도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지배한 지난 1년 여간 인간은 이제 일상이 돼버린 영상회의 같은 각양각색의 새로운 대체물을 찾았다. 육지 등산 대신 섬 여행을 택한 것도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이고 적응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섬이 네 번째로 많은 국가다. 대륙에 속한 나라 중에는 우리나라가 제일 많은 섬을 가지고 있다. 사실 알고 보면 굳이 섬으로 가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섬 아닌 섬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와는 다른 '사회적 섬 생활'(Social islanding)이다.

우리는 더욱 더 자신과 친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은 인간의 이러한 취향을 반영해 시장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 형태로 우리를 찾아온다. 인간의 새로운 희노애락을 위해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 사람은 세상에서 어느 민족보다 참을성이 많고 감성적이며 역동적이다. 바이러스 팬데믹과 함께 가야하는 세상에서 시장이라는 무서운 존재는 새로운 디지털 수요를 맞아 미친 듯이 꿈틀대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 새싹들이 대지에서 돋듯이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활짝 꽃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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