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제동 尹의 '예고된 승부수'.. "정계 진출 신호탄" [윤석열 총장 전격 사퇴]

이창수 2021. 3. 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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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시기 사퇴 배경·향후 행보는
언론 노출 꺼리던 尹 작심 인터뷰
중수청 때리며 당·정·청과 대립각
丁총리 거취 압박 뒤에 대구 찾아
'퇴로 명분' 얻고 사퇴 수순 나서
일각 "개인영달 위한 사퇴" 비판도
떠나는 윤석열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상윤 기자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직진 수사’, ‘정면 승부’로 이름을 날린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검사 생활 27년에 마침표를 찍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의 사의 표명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잇단 인사로 ‘식물 총장’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강공이 오히려 시기를 앞당겼다는 평가다. 윤 총장으로서는 7월 임기까지 채워봐야 명분이나 실리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았다. 정치 지형이 그에게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이미 사의를 굳히고 최근 언론과 작심 인터뷰를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단 한 차례도 개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윤 총장이 지난 1일 이례적으로 인터뷰를 가진 게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 추진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후퇴”,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 등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직을 걸겠다’는 표현이 괜히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윤 총장 입장에선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직접 거취 문제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틸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될 정도로 정치 입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윤 총장 주변 인사들도 평소 “윤 총장은 이미 호랑이 등에 탄 격”이라고 말했다. 그로서는 2년 임기를 지키는 것보다 본인이 생각하는 원칙과 가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향후 행보에 유리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윤 총장도 이미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의 표명 하루 전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찾고, 여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응해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친다)’이란 줄임말을 내놓은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공교롭게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발의한 법조인 출마금지법이 윤 총장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무성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검사와 판사는 퇴임 뒤 1년 동안 공직 후보자로 출마할 수 없다. 이에 정치권에선 ‘윤 총장이 내년 3월9일 대통령 선거를 정확히 1년 앞둔 이달 9일 이전에 사의를 밝힐 것’이란 말이 떠돌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문재인정부에서 승승장구하던 윤 총장이 여당의 느닷없는 중수청 추진으로 모양새 좋게 사퇴할 기회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그동안 윤 총장에 대해 (검찰 내부에) 우호적인 기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문재인정부 ‘적폐 수사’ 덕에 총장이 된 윤 총장이 정부의 검찰 제도 손질과 관련해선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데다 인사에서 자기 사단 위주로 챙겨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검찰 전체가 윤 총장을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가 됐고, 이번 중수청 사태를 계기로 윤 총장이 결기 있게 옷 벗는 기회를 맞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수청법 통합 법안의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윤 총장이 전국검사장회의 등을 통한 집단 움직임 대신 서둘러 ‘장외 싸움’을 택한 데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나갈 때 나가더라도 전국검사장회의 소집 없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나가면 중수청 문제나 정권수사 등은 누가 수습하느냐”며 “개인의 영달을 위한 사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 총장이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짐에 따라 당분간 여당이 중수청법을 밀어붙이기는 힘들어졌다. 하지만 윤 총장의 언론 인터뷰 후 여당이 악화 여론을 의식해 속도조절에 나섰고, 중수청법 발의 시점을 4·7 재보궐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가닥을 잡아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창수·배민영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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