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복서의 성장담..임성미·백서빈·오광록 만난 '파이터'(종합)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한 탈북 여성이 복싱을 통해 삶의 동력을 얻으며 점차 성장해 나간다. 영화 '파이터'다.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파이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려 배우 임성미, 백서빈, 오광록, 윤재호 감독이 참석했다.
'파이터'는 복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처음 직면해 비로소 삶의 동력을 얻게 된 여성 진아의 성장 시간을 담은 영화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과 올해의 배우상을 거머쥐고,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
'뷰티풀 데이즈'에 이어 두 번째 극 영화를 선보이는 윤재호 감독은 이날 "2012년부터 기획한 작품이다. '뷰티풀 데이즈'가 이야기가 복잡하고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파이터'는 좀 더 간단하고 주인공을 항상 따라 다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며 "가족에 대해서 여러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고, 조금은 덜 무겁고 주인공을 젊은 층을 택하다 보니까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 보신 러브스토리를 적절한 무게감으로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극중 임성미는 탈북자로 복싱을 하며 삶의 동력을 얻은 진아를 맡았다. 그는 복싱과 함께 탈북자의 말투 연습에 몰입했다고. 임성미는 "복싱은 시간 투자를 많이 했다. 기술적으로도 조금 더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줄넘기, 원투 잽 연습을 진짜 많이 했다. 매일 촬영장에서 훈련하면서 연습했다"고 밝혔다. 이어 "말투는 부동산매니저 역할로 나오는 배우분께 직접 코칭을 받았는데, 사실 자연스러운 표현을 하기가 어려워서 악보처럼,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는 최대한 물 흐르듯 연습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백서빈은 진아의 성장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 봐주는 태수로 분했다. 진아의 복싱을 코치해주는 역할에 대해 "코치로서 이끌어가는 방향이라 코칭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췄다"라며 "여기 나오는 배우분들 다 같이 복싱 연습을 정말 많이 했고, 복서 역할들이라 연습을 더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눈빛 연기에 대해서 "배우가 연기하고 끌어내주시는 게 감독님이었는데 계속 촬영하다 보니까 이런 부분에서 눈빛이나 캐릭터가 보이는 표정을 담백하게 담아내려고 하셨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이 감독님 연출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진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복싱 체육관 관장 역에는 오광록이 맡았다. 묵직한 대사를 소화한 오광록은 극중 자신의 대사에 대해 "관장이 '울어줘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하는데, 진아의 분노,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처럼 끝없이 일어나는 어떤 저항과 분노가 있는데 분노라는 그 화 끝에는 저마다 어떤 어둡고 깊은 응어리를 꾹꾹 눌러놓은 설움이 있다는 걸로 기억하고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게 각자 어떤 내용이든 줄거리든 사연을 갖고 있던 간에 누구든 그런 설움을 누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탈북자를 영화에서 다룬 이유도 밝혔다. 그는 "탈북하신 분들이 한국에서 정착을 하고 있는데, 제가 아는 분들은 대부분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게 사실"이라며 "실제로 어떤 매체에서 긍정적으로 보이기 위해 표현을 하지만, 결국 집에 돌아가면 보이지 않는 벽, 소외 계층이라고 보통 얘기가 된다. 그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갖고 살아가는지는 우리 사회가 크게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과 제가 얘기를 듣고, 그렇게 진아라는 캐릭터가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벽, 편견과 맞서는 한 인물이 됐다"고 설명했다.
진아의 성장을 돕는 소재로 '복싱'을 택한 이유도 밝혔다. 윤 감독은 "이 작품을 기획할 때 즈음에 시나리오 작업을 프랑스에서 시작하다 보니까 프랑스에서 일어나느 복싱을 활용해서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그런 것에서 선택이 됐다"며 "캐릭터 설정하면서 복싱을 하다 보면 많은 코치 분들이 얘기하는 게 복싱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고, 스스로 절제하면서 싸워야 하는 스포츠라고 하더라. 자기와의 싸움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진아와 잘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링에서 싸우는 장면, 링 위에서 쓰러졌을 때에도, 주위에서 어떻게 얘기를 하든, 결국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는 게 진아가 살아가는 점과 비슷하다고 느껴서 복싱을 통해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윤 감독은 "탈북 여성, 복싱에 대한 영화, 성장 이야기로 보셔도 되고, 가장 본질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관계에서 결핍됐을 때 인간에게 결국 필요한 건 사랑인 것 같다"고 밝혔다. 백서빈은 "인생은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파이터'는 오는 18일 개봉.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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