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특수주사기로 2회분 남자, 보건소 논의 뒤 잔여량으로 접종

김지훈 2021. 3. 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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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경기도 재난거점병원' 고양 명지병원 접종 현장
1668곳 병원 의사·간호사 등 88% 접종 동의
"걱정했는데 막상 맞으니 아프지 않아"
고위험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1668곳에서 의료진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한 의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고양/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4일 아침 8시30분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강당. 줄지어 기다리던 의사와 간호사 등이 한 명씩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들이 예진을 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마치는 데는 한 사람당 2분이 걸리지 않았다. 매일 환자에게 주사를 놓던 한 간호사는 막상 자신이 주사를 맞게 되자 두려움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이날은 고위험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1668곳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날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접종 대상자의 88%인 27만141명이 접종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명지병원 1호 접종자인 김문정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 뒤 사망자 뉴스를 보고 약간 걱정했는데 막상 맞으니 거의 아프지 않았다”며 “지난 1년 동안 모든 의료인과 국민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백신 접종으로 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명지병원은 ‘국가 지정 음압격리병상 운영 병원’과 ‘경기도 재난거점병원’을 맡아 코로나19와 싸운 종합병원이다. 지난해 1월26일 발생한 3번째 확진자를 시작으로 147명의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치료했다. 7년간 중환자실에서 일한 이보람(31) 간호사는 접종 뒤 “지난 8월 이후로 추석·설 모두 가족들을 못 만나고 있다. 환자를 돌보는 입장에서 백신을 맞으니 마음의 부담감이 좀 덜어졌다”고 말했다.

최소잔여형 주사기 사용으로 인한 백신 잔여량 사용 현장도 포착됐다. 백신 분주를 담당한 간호사가 잔여량이 나왔다고 보고하자, 병원 쪽은 곧바로 보건소와 논의를 거쳐 잔여량 접종을 결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한 병(바이알)에서 표준 10회보다 많은 12회를 뽑아냈다. 이 간호사는 “간호사들은 매일 접종을 하기 때문에 잔여량 분주가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 현장에선 방역당국에 의해 접종자 범위 등에 대한 결정이 오락가락하는 문제에 피로감이 누적되어 있었다. 애초 방역당국은 ‘보건의료인과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 근무자와 환자, 이 세 집단만 접종 대상’이라고 통보했다가 이날 다시 남는 백신을 환경미화원, 환자이송·진료보조원 등에게 접종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김인병 명지병원 코로나19대응상황실장은 “새로 추가될 명단을 파악해야겠다”며 “당국에서도 이 부분을 미처 생각 못 하고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명지병원에선 264명이 백신을 맞았는데, 접종 뒤 상태를 관찰 중이던 한 간호사가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혈압 등을 측정해본 이기덕 감염내과 교수는 곧 “어지러움은 흔하게 나오는 증상”이라며 “내일도 심하면 다시 오라”고 안내했다. 5분 정도 대기하던 간호사는 “이젠 괜찮아졌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위험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1668곳에서 의료진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고양/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방대본은 이날 0시 기준으로 6만5446명이 추가 접종받아 15만4421명(아스트라제네카 15만1679명, 화이자 2742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접종률은 요양병원 59.8%, 요양시설 26.7%, 코로나19 환자치료병원 4.9%였다. 백신 접종 뒤 ‘이상반응 의심’으로 추가 신고된 사례는 511건(누적 718건)이다. 여태까지 아나필락시스(급성 중증 알레르기 반응)로 의심되는 사례는 7건, 접종 뒤 사망 사례는 2건인데, 현재 인과관계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방역당국은 밝혔다. 또 이날 0시 이후 대전과 전북 등에서 3건의 사망 사례와 1건의 ‘아나필락시스 쇼크’ 사례가 신고됐는데, 이에 대해서도 “역학조사 및 피해조사반을 개최하여 인과성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나필락시스 쇼크 증상을 보인 요양병원 입소 50대 여성은 “3일 오후 2시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10분 뒤 호흡곤란이 와서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고, 이송 뒤 특별한 처치 없이 회복해 오후 3시30분께 요양병원으로 돌아갔다”고 방역당국은 밝혔다. 이들은 모두 기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욱 방대본 제2본부장은 “전세계적으로 약 5억6천만회 이상의 접종이 이뤄졌고, 현재까지 (접종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근거 없는 정보로 백신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조장하고 접종을 실질적으로 방해하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지훈 송인걸 박임근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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