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3100억에 산 호수에서 35조어치 리튬이 콸콸

이성훈 기자 2021. 3. 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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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소금호수 '잭팟'
2019년 10월 현장을 방문한 포스코 최정우(앞쪽 오른쪽) 회장이 지하에서 염수를 뽑아 올리는 작업을 해보고 있다. /포스코
포스코가 2018년 3100억원에 인수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와 포스코의 시험 생산 공장 모습. 현재 이 염호에 매장된 리튬을 추출해 판매할 경우 누적 매출액이 35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

포스코가 2018년 3100억원에 인수한 아르헨티나의 리튬 염호(鹽湖·소금 호수)의 가치(누적 매출액 전망 기준)가 35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됐다. 3년 만에 가치가 약 100배로 뛴 것이다. 가치 급등은 추가 탐사를 통해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 추산한 것보다 6배로 늘어난 데다, 최근 리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의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가치는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2010년 무렵부터 리튬 등의 자원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포스코로선 10년 만에 포스코의 시가총액(약 27조원)을 넘어서는 잭팟을 터뜨린 셈이다.

코스피가 1.28% 하락한 4일 포스코그룹주는 이날 일제히 상승했다. 포스코엠텍은 29.96% 오른 8720원에, 포스코는 3.34% 오른 30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포스코케미칼(1.6%)·포스코ICT(5.96%)·포스코강판(1.66%) 등 다른 계열사들도 주가가 상승했다.

◇3년 만에 100배 잭팟

포스코는 2018년 8월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북측 부분에 대한 개발권을 31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이 염호의 소유권을 갖고 있던 회사가 다른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염호 개발권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포스코가 신속하게 접촉해 단독 협상자 자격을 얻어낸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 염호에는 약 220만t 정도의 리튬이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때문에 당시 리튬 시세 등을 감안해 3100억원의 가격이 결정됐다.

포스코는 이 염호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물에 녹아 있는 리튬의 함량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추가 탐사에 나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염호의 지하 깊은 곳에서 리튬 매장을 추가로 확인했다. 포스코가 지난해 말 외국 기관에 용역을 맡겨 매장량을 확인한 결과, 총 1350만t으로 확인됐다. 인수 당시와 비교해 6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전기차 약 3억7000만대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리튬 가격도 최근 급등했다. 지난해 7월 t당 5000달러였던 리튬은 최근 1만1000달러로 뛰었다.

포스코는 작년 8월 이 호수 주변에 임시 생산 시설을 짓고 리튬 추출 작업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인허가를 거쳐 본격적인 상업 생산은 2023년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수 당시만 해도 기대하지 못했던 매장량이 확인된 것”이라며 “자원 탐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리튬 가격의 변동성이 큰 만큼 장기적으로 이 염호의 가치는 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원 개발 중 수사받기도

포스코의 자원 개발이 결실을 보기까지는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포스코는 철강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2차전지 소재와 자원 탐사를 시작했다. 포스코 산하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과 협력해 리튬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자원 투자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포스코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비자금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대대적인 수사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진행했던 자원 투자들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포스코가 2012년 추진했다 중단했던 볼리비아 리튬 광산에 대한 조사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실제 사업이 무산되기도 했다. 포스코는 2015년 아르헨티나 포스엘로스 리튬 염호 개발에 참여하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이 계획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자원 업계 관계자는 “자원 탐사는 실패 확률이 높지만, 성공할 경우 이를 보상하고도 남는 성과를 준다는 점을 포스코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리튬과 더불어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로 꼽히는 니켈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니켈은 리튬과 함께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는 핵심 소재다. 포스코는 또 2030년까지 이차전지 소재의 원료인 리튬, 니켈, 흑연 등의 자체 공급 체계를 만들고,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은 이를 원료로 양극재 40만t, 음극재 26만t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리튬

전기차와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2차 전지의 핵심 소재로 ‘흰색 원유’라고 불린다. 리튬은 2차전지 양극재의 원료로 사용되며, 전기를 충전하고 방전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광석에 포함돼 있거나 육지의 염호(소금 호수)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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