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혁명 더는 지체할 수 없다 / 황호진

한겨레 2021. 3. 4. 18: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6년 타계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01년 한국의 낙후된 산업 및 교육체제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경고하였다.

하지만 한국 교육은 지난 20년간 토플러의 제안과 정반대로 퇴행을 거듭하였다.

1995년 '5·31 교육개혁' 이래 수많은 교육개혁안이 도입되었고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었음에도 우리 교육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우리 교육은 너무 오랫동안 미루어왔지만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절박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고]

황호진ㅣ전 전라북도 부교육감

2016년 타계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01년 한국의 낙후된 산업 및 교육체제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경고하였다. 한국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을 통해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곧바로 토플러가 제안한 전략에 따라 최첨단 아이티(IT) 기술과 생명공학 등에 집중 투자하고 발전시켰다. 오늘날 우리는 전자정부, 반도체, 바이오산업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한국 교육은 지난 20년간 토플러의 제안과 정반대로 퇴행을 거듭하였다. 우리 학생들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 ‘아무런 필요도 없는’ 지식을 배우느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준비하기 위해 꽃다운 청춘을 소진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아이들은 살인적인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숨죽인 절망과 탄식 속에 아이들이 시들어가고 있다. 설렘과 기쁨이어야 할 학교와 배움이 끝없는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가득하다. 학생들은 스스로를 좀비라고 부른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이토록 비극적인 일이 또 있을까.

초등학교 입학생의 상당수가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이미 우울증 환자이다. 청소년의 자살 원인 40% 이상이 학업성적이다. 2019년에 극단 선택을 하려다 병원을 찾은 청소년이 1만명에 이른다. 이것은 분명히 우리 자녀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유린이자 학대행위이다.

우리 학생들은 교실에서 주체가 되지 못하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적는 객체일 뿐이다. 수업은 무의미한 정보의 나열이고 학생들의 삶이나 감동과는 동떨어져 있다. 학생들은 끝없는 좌절과 학습된 무기력감에 괴로워한다.

아이들이 기쁨과 행복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제1 목표다. 행복한 사람이 더 창의적이고, 행복한 사람이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낸다. 학교와 선생님들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행복한 삶을 지켜주는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가르침만 있고 배움이 없는 학교는 불행감과 고통의 원천이 되고 있다.

1995년 ‘5·31 교육개혁’ 이래 수많은 교육개혁안이 도입되었고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었음에도 우리 교육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교육개혁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교육은 지금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키워주는 본질적 기능은 무너지고, 사회적 가치 배분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다. 기득권 유지와 강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살인적인 교과 분량과 난이도 그리고 입시경쟁은 너무도 강대해진 기득권 유지에 최적화되어 있다. 아이들의 희생을 제물 삼아 교육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우리 교육은 너무 오랫동안 미루어왔지만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절박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우리 아이들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포기할 것인지, 창의성과 유연함으로 무장된 주체적 인재로 키워내고 다가오는 미래를 선도할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

잠재능력을 꽃피우는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학교를 설레는 배움과 기쁨의 공간으로 만들자. 교육이 존경받는 선생님들과 생기 넘치는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의 미래가 되고 희망이 되자.

이제 정부당국만 믿을 것이 아니라 현장 교육자, 학생, 학부모 그리고 모든 국민이 깨어나 행동에 나서야 한다. 온 국민의 각성과 연대만이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막아내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

필자는 전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비티에스(BTS·방탄소년단)에게서 희망을 본다. 척박한 교육환경에서 비티에스 탄생은 가히 기적이다. 이들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자’는 것이다.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긍정의 인생철학과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 바로 우리 교육이 가야 할 길이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