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얀마의 '5·18', 한국의 역할 묻는다

한겨레 2021. 3. 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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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얀마에서 쿠데타에 저항해 시위에 나섰던 비무장 시민 최소 38명이 군경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고 유엔(UN)이 밝혔다.

224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는 3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미얀마 군부와 사업관계를 맺어온 한국 기업의 실태를 파악해 해당 기업이 이를 청산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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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

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경찰의 사격에 맞서고 있다. ‘모든 것이 잘 될거야’라고 쓰인 검은 티셔츠를 입은 19살 소녀 카알 신(맨 아래 왼쪽)은 이날 총탄에 맞아 숨졌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3일 미얀마에서 쿠데타에 저항해 시위에 나섰던 비무장 시민 최소 38명이 군경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고 유엔(UN)이 밝혔다.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저지른 이후 가장 참혹한 ‘피의 날’이다. 지금까지 59명이 숨진 것으로 유엔은 집계했지만, 시민들은 사망자가 훨씬 많다고 전한다. 국제사회가 쿠데타를 규탄한다고 말만 할 뿐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점점 대담해진 군부는 폭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지 비통할 따름이다.

3일 시위에 나섰다가 머리에 총탄을 맞고 숨진 19살 여성 카알 신이 입고 있던 티셔츠에 쓰인 ‘모두 잘 될 거야’라는 글귀는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미얀마인들의 희망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죽음을 각오한 듯 페이스북에 혈액형과 비상연락처, ‘시신을 기증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14살 소년까지 총탄에 희생됐다. 미얀마 시민들은 4일에도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무도한 총칼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미얀마인들의 용기에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군부의 위협 속에서도 의사, 공무원들의 불복종운동, 노동자들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군인들 앞에서 시민들에게 총을 쏘지 말라고 호소하는 수녀, ‘필요한 만큼 가져가고 반드시 살아오겠다고 약속해달라’며 거리에서 헬멧과 보호조끼를 나눠주는 시민들이 있다. 우리의 ‘5월 광주’를 떠올리게 한다.

1988년(8888 항쟁)과 2007년(사프란 혁명)에 이어 또다시 군부와 맞서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은 이번을 ‘마지막 싸움’이라 생각하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세계 시민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응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2일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조차 내지 못했다. 지난 2일엔 미얀마도 회원국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지만 폭력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을 뿐 실질적 조처는 없었다. 미국 국무부는 3일 미얀마 군과 밀접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을 향해 유혈진압을 막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더는 국제사회가 방관자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지닌 많은 한국 시민들이 미얀마 시민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미얀마 군부 규탄 결의안을 낸 것은 의미 있는 행동이었다. 이제 결의안을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갈 때다. 유엔과 국제인권단체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미얀마 군부와 합작하는 외국 기업 14개 중 6개가 포스코 등 한국 기업이라고 밝혔다. 224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는 3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미얀마 군부와 사업관계를 맺어온 한국 기업의 실태를 파악해 해당 기업이 이를 청산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올바른 선택은 미얀마인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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