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전수조사에 신도시 정책 '흔들'

박상길 2021. 3. 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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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 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휩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지난달 24일 '2·4 주택공급 대책'의 후속조치로 7만 가구 공급을 골자로 한 경기도 광명 시흥 신도시 조성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도 안 돼 LH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신도시 정책이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다. 정부의 땅 투기 의혹 전수 조사가 길어지면 당장 오는 7월께 예정된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논란이 된 시흥 광명을 비롯해 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등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신도시는 모두 6곳이다.

정부는 2018년 12월 19일 남양주 왕숙지구(1134만㎡)와 하남 교산지구(649만㎡), 인천 계양지구(335만㎡) 등 3개 신도시 입지를 우선 공개했다. 이듬해인 2019년 5월 7일 고양 창릉지구(813만㎡)와 부천 대장지구(343만㎡) 등 2개 지구를 발표했고 올해 2월 24일 6번째인 광명 시흥지구(1271만㎡)를 마지막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올해 1월 공공분양 아파트의 지역별 사전청약 일정을 공개하고서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수도권 3기 신도시와 주요 택지에서 공공분양 아파트 3만 가구에 대해 사전청약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청약은 본 청약 1∼2년 전 아파트를 미리 공급하는 제도다. 사전 청약에 당첨되고 나서 본 청약 때까지 무주택자 요건을 유지하면 100% 입주를 보장한다.

정부는 올해 7월 인천 계양 1100가구를 시작으로 8월까지 경기도 남양주 진접2지구 1400가구, 성남 복정 1·2지구 1000가구, 의왕 청계2지구 300가구, 서울 노량진 수방사부지 200가구 등에 대해 사전청약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조사 지역을 광명 시흥 외 3기 신도시 전체로 확대하면서 이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정부가 조사 과정에서 신규 택지 개발 업무 관련 공무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까지 개발 예정지 토지 거래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혀 조사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미 기존 3기 신도시 지역에서는 정책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3기 신도시 중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경기도 하남 교산지구에서는 정부의 땅 투기 의혹 전수조사가 끝날 때까지 토지 보상 일정을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8년 12월 19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돼 '3기 신도시'급으로 인식되는 과천 지구에서는 현재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공공주도형 정책의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정부가 신도시 사업의 좌초를 막기 위해서는 조사 결과를 상세히 공개하고 주민들과 협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주택 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공급 확대 정책에 전력을 기울인 가운데 공급 대책의 방점으로 꼽히는 2·4 대책을 내놓고서, 공공이 공급 주도함으로써 신속하게 많은 주택 공급 물량을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시장이 우려했던 공공주도형 대책의 한계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공공이 절대 선인 것처럼 주장했던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향후 공공주도형 공급 대책은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경기도 하남 등 기존 신도시에서는 신도시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정책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정보의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3기 신도시 사업지에 대한 디테일한 조사와 관련 결과에 대한 투명성 있는 공개를 통해 주민들의 컨센서스를 모으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해외 선진국들은 신규택지 개발 가능 후보지에 대해 관련 기관·전문가 등과 협의해서 미리 투명하게 공개하되 토지거래허가제 등 규제 지역으로 바로 묶어 투기꾼의 유입을 막고 땅값도 오르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을 참고해 신도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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