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르포] "성추행범 오거돈 일가는 돈벌고, 주민들은 쫓겨나고..가덕도 공항 싫어요"

가덕도=허지윤 기자 2021. 3. 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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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을 건설해준다니 새 건물을 올리는 외지인이 많아졌어요."

지난 4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의 투기 논란의 중심에 있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를 찾았다. 작년 11월 17일 국무총리실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 신공항안(기존 공항 확장안)에 대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사실상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날 이곳을 취재한 이후 약 3개월 여만이다.

4일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 일대 전경 /허지윤 기자

그 사이 ‘가덕도’를 둘러싼 논의는 더 달아올랐다. 내달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핵심공약으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떠올랐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의 가덕도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 외지인 땅 소유자들 "새 건물 빨리 지어 올리자"

이날 마을 곳곳에서 건물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공실 상태로 임대 분양 중인 갓 지은 상가도 보였다.

여권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실제 이행된다면, 사실상 사라지게 될 건물과 정부에 내놓아야 할 땅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 논의가 급부상할 때마다 가덕도에 건물을 올리는 외지인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한번은 ‘2018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 당선 직후’, 그리고 또 한번은 ‘작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을 방문한 데 이어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추진 무렵’이라는 게 지역 주민들의 얘기다.



4일 가덕도 곳곳에 건물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고 임대 현수막을 내건 신축 상가도 보였다. /허지윤 기자

가덕도 주민들에 따르면 새 건물을 지어 올린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인이다. 오래 전부터 이곳 땅을 갖고 있던 외지인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따른 보상과 시세 차익 등을 노리기 위해 건물을 짓고 있다고 주민들은 보고 있었다.

가덕도 전체 면적 2457만1238㎡ 가운데 국유지 등을 제외한 사유지는 858만6163㎡(약 260만평)다. 이 중 78.86%인 677만782㎡(약 205만평)를 외지인이 보유하고 있다. 실제 가덕도에 사는 사람이 보유한 사유지는 181만5831㎡(약 54만평·21.14%)로 조사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가덕도의 경우 2010년대 공시지가 기준 평당 10만원하던 부지가 현재는 250만원에 육박한다.

가덕도 대항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오거돈 부산 시장이 당선됐을 때 이곳에 새 건물을 올리는 외지인들이 많았고, 이후 정치 판세가 바뀌면서 주춤했다가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에서 다시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약이 나오면서 새 건물을 짓는 외지인들이 또 늘어났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 집을 가지고 있어야 보상과 이주에 따른 새 주택 입주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가덕도에 개발 호재를 노린 외지인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에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인 반면, 원주민들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평생 가덕도에서 살아왔다는 한 주민(60)은 "외지인 토지 소유자들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손해 볼 게 하나 없다. 그들은 시세차익도 볼 수 있고 보상도 받고 입주권 등도 챙길 수 있으니 서둘러 건물 올리면서 신공항 건설 추진을 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생 여기서 산 원주민은 생계 수단을 잃게 되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집 이주시켜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이곳에서 어업을 해온 사람들이 갑자기 다른 바다로 가거나 전혀 다른 업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가덕도에서 태어나 현재 어업 및 횟집을 운영하는 황광윤씨(59)는 "원주민들에게 가덕도와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생계가 달린 곳"이라면서 "평생 가덕도에서 지낸 어민들이 외지로 나가 어떻게 생활을 하라는 말이냐"고 토로했다.

그래픽=박길우

◇ 오거돈 일가 투기 논란에 "오래된 소문…그럴 줄 알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의 가덕도 투기 의혹에 대해 가덕도 원주민들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덕도 주민 A씨는 "회전로타리 쪽에 개발 안 된 너른 땅이 있어, 바다 쪽에. 거기도 오거돈 일가네 거로 안다"고 했다. 가덕도 주민 B씨도 "오래된 소문이라 새롭지도 않다"고 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부산시청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일가족이 운영하는 대한제강과 오 전 시장의 장조카가 부산 가덕도 일대에 수만 평에 이르는 땅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 전 시장의 조카인 오치훈 대한제강 사장은 부산 강서구 대항동 토지 1488㎡(약 450평)를 보유 중이다. 대한제강은 부산에서 가덕도로 진입하는 길목인 부산 강서구 송정동 일대 7만289㎡(약 2만1300평)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제강이 전(全)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대한네트웍스도 같은 지역에 6596㎡(약 1990평) 규모의 공장 부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의 가덕도 투기 의혹에 대해서 부산시민들은 실망스럽다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신공항 건설에 대한 의견은 갈리고 있었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가정주부 김 모(36)씨는 "오 전 시장 때 가덕도 신공항 건설 TV광고도 하고 가덕도 일대 투자 열풍이 한바탕 불었었다"면서 "오래 전 보유하고 있던 땅이라 해도 자산가치 상승과 직결되는 개발 이슈인데,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었다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면서 "근데 정치인들 이러는 게 어제 오늘 일이겠느냐"고 한숨지었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사는 택시기사 송 모씨(50)는 "에휴,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나 뻔할 뻔자지. 엊그제 LH 직원들이 수도권 신도시 땅 샀다면서" 라고 했다. 그는 "그래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돼야 한다"며 "이건 부산은 물론 국가 경제가 달려있는 과제"라고 했다.

반면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가덕도 공항을 건설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부산 동래구에 사는 직장인 유 모씨(43)는 "시장 선거를 앞두고 잡음이 너무 많다"면서 "이렇게까지 공항을 건설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투기 의혹까지 나오지 않았나"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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