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업 세계에서 국경은 무의미

전용기 2021. 3.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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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는 2024년부터 자국에 본사 또는 지사를 두지 않은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2월 15일(현지시간) 무함마드 알자단 사우디 재무장관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직접투자 유치와 지식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 또는 다국적 기업의 본사·생산시설을 유치하려는 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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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는 2024년부터 자국에 본사 또는 지사를 두지 않은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2월 15일(현지시간) 무함마드 알자단 사우디 재무장관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직접투자 유치와 지식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가 '포스트 석유' 시대를 준비하며 해외 기업 유치에 본격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제적 유출을 막는 동시에 자국 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앞세우며 자국 내 투자 및 생산 독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2월 24일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료용품 등의 공급망을 100일 동안 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을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서 고립시켜 첨단산업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독주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포석이다. 미국으로 기업·공장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다를 바가 없다.

해외 투자 또는 다국적 기업의 본사·생산시설을 유치하려는 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삽시간에 지구촌 전역으로 퍼진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각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국내총생산(GDP) 등 숫자로 살펴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나은 편이라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사정은 두말할 것도 없고, 나이대를 가리지 않고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정부가 공공일자리를 늘렸지만 실업률은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해 4월 4.2%에서 지난 1월 5.7%로 악화됐다. 같은 기간 미국의 실업률은 14.7%에서 6.3%로 크게 낮아졌다. 국내 경제는 삼성전자·현대차 등이 이끄는 수출로 버티는 형국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도 부진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상반기 GDP 대비 FDI 비율은 0.32%로 OECD 37개국 중 25위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FDI 비율이 2005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OECD 37개국 중 25∼36위를 맴돌며 하위권이었다고 지적했다. 규제개혁과 세제혜택 등으로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통한 고용창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추진을 계기로 '국적' 논란에 휩싸인 쿠팡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회사는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한 쿠팡의 모기업 '쿠팡INC'다. 쿠팡의 대주주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비전펀드이고, 중동의 국부펀드가 비전펀드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러나 쿠팡은 국내에서 사업을 하며 세금을 내며, 국내에 물류센터를 짓고 일자리를 늘린다.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 기업 세계에서 국경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국내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쿠팡의 국적 논란을 넘어 향후 쿠팡이 투명하게 세금을 내는지,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해외로 빼돌리지 않는지, 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것이 오히려 국내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다.

표민찬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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