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딸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맛, 여기 한판 더~ [먹어주는 얼굴]
전자레인지에 5분.. 2~3인분이라는데 혼자 먹어도 '순삭'
치즈 4종류 올라간 '콰트로포르마지 피자' 호박씨 토핑은 별미
약간은 평범한 마르게리타 피자, 칠리감바스와 겹쳐먹으면 신세계
"맛있네. 얼마 전에 먹은 거랑 같은 회사, 같은 브랜드 아냐? 이게 훨씬 입맛에 맞는 것 같아." 가정간편식(HMR)으로 나온 죽을 드시던 장모님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나름 입맛이 까다로운 분에게 인정받은 제품은 CJ제일제당이 만든 '더비비고'의 전복삼계죽이다. '비비고'도 괜찮았는데 뭐가 달라졌을까. '건강을 중심으로 설계된 균형 잡힌 한식'이라니 궁금증이 더해갔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늘 예상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시식용으로 '더비비고'에서 나온 HMR를 사기 위해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구입한 냉동피자가 완전히 방향을 바꿔놓았다. '고메 프리미엄 피자'로만 쓰려고 했다. 워낙 피자를 좋아하는 터라 욕심이 생겼다. '나폴리 마르게리타 피자' '로마 콰트로포르마지 피자' '바르셀로나 칠리감바스 피자'를 하나씩 맛보고 각각의 맛을 평가하는 거다. 지금도 혼자 '패밀리' 사이즈 한 판은 너끈하게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애정한다.
결론적으로 그러지 않기를 잘했다. "맛있다"는 말을 빼고는 달리 더 보탤 말이 없다. 출시 두 달 만에 100만개가 팔린 데는 확실히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래봐야 냉동 피자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머릿 속에서 말끔하게 지워냈다. 피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내도 두 손으로 '엄지척'을 한다. 유명 프랜차이즈의 피자도 한 조각을 채 안 드시는 장모님이 세 조각을 드셨다니 말 다한 거다.
우리 동네 O마트에서 '고메 프리미엄 피자'를 처음으로 영접했다. 겉포장에는 분명 2~3인용이라고 쓰여있지만 아내도, 나도 믿지 않았다. 그냥 1인용이라고 '마음으로' 읽을 뿐이다. 자연스레 종류별로 두 개씩 넉넉하게(?) 담았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은 시간, 전자레인지가 돌기 시작하면서 솔솔 풍겨져 나오는 냄새가 아주 사람을 잡는다. 세상에 5분이 이렇게나 길었단 말인가. '이참에 전자레인지를 상업용(1000W)으로 바꿔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상업용으로는 3분30초만 돌리면 된다). 아내가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도 있잖아. 배가 고파서 그럴거야"라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이건 진짜로 맛있는 거다.
셋 중에서도 '콰트로포르마지 피자'와 '칠리감바스 피자'의 맛이 한층 우월하다. 특히 '콰트로포르마지 피자'는 크랜베리와 호박씨가 올려져 있어 씹는 맛이 일품이다. 고르곤졸라, 까망베르, 고다, 모짜렐라 등 4가지 치즈의 풍미가 각각 살아 있다는데 섬세하지 못한 내 입맛에는 전부 똑같다. 아내는 "호박씨 특유의 냄새 대신, 고소함이 전해져 온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맛에 비해 작은 사이즈가 못내 안타깝다. 6등분이나 8등분으로 자르기에는 지나치게 작은 것 같아서 4조각으로 나눴다. 그래봐야 한 조각 먹는데 1분이 채 안 걸린다. 지금부터는 나머지 한 조각을 두고 초등학생 딸과 눈치싸움을 벌여야 한다. 다행히 아내는 참전을 사양했다. 가위바위보는 나의 승리로 끝났고, 나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양보하는 것으로 '착한 아빠'의 자리를 지켜냈다. 평소 '딱딱하다'는 이유로 피자의 테두리를 안 먹는 아내가 이번에는 "도우가 적당히 얇고 쫄깃쫄깃하다"며 남김 없이 먹어치우는 모습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흐름이 끊기면 안 되는데. 먹는 시간보다 새 거 하나 돌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며 아내가 불만을 쏟아낸다.
'칠리감바스 피자'는 매콤한 것이 느끼함을 잡아주니 질리지가 않는다. 먹어보면 안다. 보통은 살짝 '피자가 물린다'고 느껴질 때 핫소스를 뿌리지만 이 피자는 전혀 그럴 일이 없다. 군데군데 박힌 새우의 식감이 기대 이상이다. "맥주 안주로 딱"이라는 평가를 내린 아내는 맥주 한 모금, 피자 한 입을 반복한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치즈의 맛이 다른 두 피자와 살짝 다르게 다가온다. 딸아이는 연신 "맛있다"면서 잘 먹는데 아내와 나는 "입에 착~ 하고 감기는 맛이 적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래서 '피자를 좀 먹는다' 하는 사람이면 '칠리감바스 피자'에 '마르게리타 피자'를 겹쳐서 한꺼번에 즐기기를 권한다. 입 안 가득히 차는 풍성함이 너무 좋다. 혼자서 두세 판(개)은 너끈히 먹을 수 있을 듯하다. 솔직히 '콰트로포르마지 피자'는 겹쳐서 먹기 아깝다. 따로 먹어도 충분히 감동할 만한 맛이다.
아내도, 딸도 "하나 더"를 외친다. 결국에는 나머지 세 개마저 먹어치웠다. 이렇게 이날 오전에 사온 '고메 프리미엄 피자' 6개가 우리 가족 위장 속으로 사라졌다. 딸은 "고메 피자의 다른 이름은 맛있는 피자"라며 또 사달라고 조른다. 급기야 아내가 옷을 갈아입었다. "이렇게 맛있는 건 엄마, 아빠, 동생들도 먹여야 한다"며 내 손을 끌고 다시 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되는데 굳이..."라고 저향을 해보지만 아내는 "맛있는 건 당장 먹어야 한다. 우리 입만 입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고메 프리미엄 피자' 사는 데만 10만원이 훨씬 넘게 들었다. 아내의 말을 빌자면 가족들은 "냉동피자가 이럴 수 없다" "인생 피자를 찾았다"며 칭찬 일색이다. "1인당 한 개는 기본이 됐다"는 설명이다. 고등학생 조카는 "매일 먹어도 질리 지가 않는다"며 일주일 새 '마르게리타 피자'만 5개를 먹어치웠단다. 확실히 어른들과는 입맛이 다른가 보다. 당분간 우리 가족의 간식은 '고메 프리미엄 피자' 너로 정했다.
이번 주말에는 전자레인지가 아니라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 더 바삭하고 맛있는 '고메 프리미엄 피자'를 맛보려 한다. "딸아이 일찍 재우고, 아내와 야식으로 피자에 맥주 한 잔 걸치면..." 그 상상 만으로도 입 안에는 침이 한가득 고인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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