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정부의 이름으로"..알제리 독립투사 살해 과거사 인정

김윤나영 기자 2021. 3. 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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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은 거부..진실위 구성

[경향신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과거 프랑스 정부가 알제리의 독립운동가를 고문·살해하고 사인을 자살로 위장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알제리 독립운동 당시 유혈사태에 대한 사과나 배상은 거부했다.

프랑스24는 3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전날 알제리 독립운동가 알리 부멘젤의 후손들을 만나 “고인은 자살하지 않았다. 고문당하고 숨졌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프랑스 정부는 1957년 독립전쟁을 벌이다 붙잡힌 고인이 구금 중 자살했다고 주장해왔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정부의 이름으로” 처음으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뒤집었다.

37세의 알제리 변호사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알리 부멘젤은 1957년 독립전쟁 중 프랑스군에 체포돼 한 달간 고문당한 후 살해됐다. 프랑스군은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그를 건물 6층에서 던져서 살해했다. 그러다 프랑스 정보기관 책임자였던 폴 아우사레스가 2001년 양심고백을 하면서 그의 진짜 사인이 세상에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성명을 통해 “우리가 역사를 직시하고 진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모두 치유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위한 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유혈진압에 대한 사과나 배상은 여전히 거부했다. 대신 과거사를 조명하기 위한 진실위원회 구성에 동의했다.

알제리는 1954~1962년 알제리인 150만명이 희생된 독립전쟁 끝에 132년간 이어진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끝냈다. 당시 프랑스군이 알제리 민간인들을 독가스실에서 몰살시키고, 파리를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알제리 시위대를 학살했다는 프랑스 정부 보고서가 지난달 1일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 극우세력들은 ‘프랑스가 알제리를 문명화시켰다’면서 여전히 식민지배를 미화하고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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