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누를수록 튀어오른다..대선 태풍의 눈으로
文, 즉각 사의 수용..민정수석도 교체, 김진국 임명
◆ 윤석열 검찰총장 사임 ◆
윤 총장은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총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이어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분들, 제게 날 선 비판을 해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10분께 윤 총장 사의를 수용했다. 윤 총장이 오후 2시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지 1시간여 만에 신속하게 수용한 셈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후임 검찰총장 인선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 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법무부와 협의해 앞으로 검찰 개혁이 잘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검찰 인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후임으로 법조인 출신으로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낸 김진국 변호사를 발탁했다.
윤 총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정계 진출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법조계와 정치권 모두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보수 진영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윤 총장의 행보가 4월 재보선은 물론 내년 3월 대선 정국까지 크게 흔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윤 총장이 4월 재보선에서 보수 진영 후보로 유력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공개적으로 동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총장이 사실상 정치를 시작한 상황에서 보수 진영 대선후보로 재보선에서 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당분간 대권 구도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 총장 간 3강 구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마땅한 보수 진영의 대권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10% 전후 지지율을 받는 윤 총장으로 보수층이 결집할 경우 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그의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고재만 기자 / 임성현 기자]
尹 차기 대선구도 흔드나
反文연대 단일후보 떠오를 땐
야권 정계개편 핵심 역할 전망
주호영 "헌정수호 힘써달라"
내달 재보선에도 큰 변수로
대선1년앞 시간촉박 분석도
민주당은 "제2의 반기문 될것"
실제로 윤 총장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빅3' 구도를 형성해왔다. 본인 의지에 따라서는 '반문 연대' 단일 후보로 야권의 정계 개편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에선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 총장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아직까지 우세하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반문재인' 정서에 기댈 수 있다는 점에선 일단 그의 행보를 엄호하지만 적절한 대선 카드인지에 대해선 의문을 품고 있다. 윤 총장으로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제3지대 인사들과 교류부터 시작할 가능성도 나온다. 2019년 7월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당시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작년 10월 국정감사 때는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정치 참여를 시사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여당이 재보선을 고려해 최근 검찰 개혁 속도조절론을 공언한 상황에서 윤 총장이 사퇴를 서두른 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 상임위원회 여당 간사는 "재보선까지 정부·여당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관련 언급을 자제할 텐데 윤 총장 혼자 벽에 대고 중수청을 막아야 한다고 떠들게 됐다"고 말했다.
여당 전략통 의원은 "재보선 전에 정치에 등판하면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보다 윤 총장이 더 주목을 받는 상황이 됐다"며 "윤 총장이 이들을 지지하면 향후 재보선 공동 책임론을 떠안게 되고, 침묵하면 보수 진영으로부터 대권 주자인데 왜 가만히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이 보수층 결집 효과는 있겠지만 중도 확장 능력은 검증되지 않아 보수 야권에 유리한 건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대결에 나서야 하는 안철수 후보는 발 빠르게 윤 총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뜻을 같이하는 진정한 국민의 힘을 모아 강력한 반대운동을 전개하자"는 등 발언의 절반가량을 윤 총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데 할애했다. 윤 총장 지지층을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보수 야당에 당장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선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윤 총장 스스로 국민의힘 입당 시 현 지지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내 충청권 의원들은 지역 민심에 못 이겨 적극 환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윤 총장이 적어도 당 전당대회까지는 지켜보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반면 한 전직 의원은 "당은 윤 총장 지지율을 분석해 이를 당내 주자가 흡수하도록 해야지, 잘나가는 사람을 무조건 데려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며 "후보 자강론 의견도 많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린 '원죄'로 여기고 있는 당내 일부 친박 의원들의 정서가 반영돼 있다.
민주당에선 제2의 고건·반기문 사례가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 법사위원은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덕분에 대선 후보는 됐지만 그 이후 동력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한 3선 의원도 "검찰 수사권 지키기 말고 윤 총장이 보유한 대선용 무기는 전혀 없으므로 곧 사그라들 불씨"라고 평가했다.
[채종원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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