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적 마케팅으로 교육 불평등 조장".. 美 시민단체, 수학게임 '프로디지' 고발

강지남 2021. 3. 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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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에서 8학년까지 대상으로 한 롤플레잉 수학 게임

학교에 무료로 제공해놓고 학생들에게 ‘유료 가입’ 지속 권유

미 시민단체, “19분 플레이하는 동안 수학 문제는 4개, 광고는 16개 노출”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 교육’ 시대, 유해한 디지털 교육 콘텐츠 걸러내는 계기 될까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공립학교에서 학습도구로 널리 사용되는 수학게임 프로디지(Prodigy)에 대한 조사를 연방정부에 촉구했다. 지난 2월 19일 비영리단체  ‘상업광고에 노출되지 않는 유년기를 위한 캠페인(Campaign for a Commercial Free Childhood, 이하 CCFC)’은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에 프로디지가 기만적 마케팅을 벌여 어린이에게 해를 끼치고 교육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면을 제출했다.


프로디지는 캐나다 스타트업 프로디지 에듀케이션이 개발한 롤플레잉 수학 게임이다. 대상 연령은 1학년에서 8학년. 게임 플레이어는 자신의 ‘마법사’ 캐릭터를 만들어 수학을 싫어하는 ‘마스터’에 맞서 전투를 벌인다. 제시된 수학 문제의 정답을 맞춰야 보상을 얻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수학 공부를 하게 된다.


프로디지는 특히 학교에서 즐겨 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 9만 개 이상의 학교가 프로티지를 사용하는데, 이 중 3분의 2 이상이 미국 학교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캐나다, 영국, 호주, 인도이며 현재  한국에서는 서비스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프로디지 에듀케이션은 북미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교육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캐나다 기업 목록인 ‘Growth 500’에서 2019년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프로디지 에듀케이션은 존스홉킨스대학교에 의뢰한 연구 결과 일부 사용자에게 상당한 수학 실력 향상이 나타났다며, 프로디지가 재미와 교육적 효과를 겸비한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많은 학교가 프로디지를 채택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이 게임이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학교를 통해 게임 계정을 받은 학생들은 같은 반 급우들과의 플레이만 허용하는 제한된 모드에서 게임하게 된다. 교사들은 수업 및 숙제 교재로 프로디지를 활용한다.



◆유료회원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광고하는 '프로디지' 게임 내 화면. ©Campaign for a Commercial Free Childhood


하지만 학생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유료회원에 가입하라는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것이 CCFC의 주장이다. CCFC에 따르면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며 ‘별’을 획득하는데, 유료회원이 될 경우 별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유료회원은 게임을 더 빠른 속도로 플레이할 수 있고, 레벨를 올릴 수 있다는 안내도 제시된다. 또 수학 전투에서 이기면 두 개의 보물 상자를 보게 되는데, 그 중 보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상자를 클릭하면 상자가 열리는 대신 “유료회원이 되면 놀라운 아이템들을 받는다”는 메시지가 뜬다. 프로디지는 ‘몬스터’를 잡아 자신의 애완동물로 만들 수 있는데, 무료회원이 보유할 수 있는 애완동물은 최대 10마리로 제한된다. 아무리 포인트를 많이 모아도 무료회원이면 살 수 없는 아이템도 있다. 유료회원 캐릭터가 구름을 타고 떠다닐 때, 무료회원 캐릭터는 땅 위를 걸어다닌다. 이 게임의 유료회원 가입비는 연간 59.88달러에서 107.4달러다.


CCFC는 연방거래위원회에 보낸 서면에서 “실제 19분간 게임하는 동안 수학문제는 단 4개만 제시된 반면 광고 메시지는 16개나 받았다”며 “심지어 ‘부모님에게 유료회원에 가입해달라고 얘기하라’는 메시지까지 어린이들에게 내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CCFC는 서면에서 프로디지 에듀케이션이 게임의 교육적 효과를 설명하는데 사용하는 존스홉킨스대의 연구보고서에 교사들은 일부 학생의 수학 실력 향상을 프로디지 덕분이라고 보기를 꺼렸으며, 학생들이 아바타를 꾸미는 데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내용도 있다고 적시했다. 



◆게임 '프로디지'에서 유료회원의 캐릭터는 구름을 타고 다니고, 무료회원 캐릭터는 땅 위를 걸어다닌다. ©Campaign for a Commercial Free Childhood


CCFC는 이 같은 프로디지의 마케팅이 학교 및 학부모를 기만하고 학생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치며 교육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또 어린이에게 노출되는 광고에 대한 연방거래위원회의 규제를 어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시 골린 CCFC 이사는 “아이들이 프로디지 유료회원 가입 여부에 따라 서로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누는 것이 특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CCFC가 연방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에는 20여 곳의 학부모 및 교육단체가 공동 서명했다.


한편 프로디지 에듀케이션 측은 언론에 “학생이 학교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광고 메시지가 줄어들며, 유료회원은 5%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 가까이 원격 수업이 실시되면서 미국 학교와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디지털 교육 콘텐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번 프로디지 사태가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선별하고 유해한 콘텐츠를 걸러내는 계기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뉴욕 = 강지남 글로벌 리포터 jeenam.kang@gmail.com


■ 필자 소개

전 월간 ‘신동아’ 및 시사주간지 ‘주간동아’ 기자

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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