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은 거들 뿐"..'담백 깔끔' 혼다 CR-V 하이브리드 [카슐랭]

최기성 2021. 3. 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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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전기차보다 주목받는 '신스틸러'
전기차에 가까워진 HV, 징검다리 담당
가속 질감과 디지털 편의사양 아쉬워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 제공=혼다]
친환경자동차 대표주자는 전기차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정부 지원금도 받아왔다. 대접 제대로 받고 있다.

맹점이 있다. 보조금 받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환경보호'라는 명분도 있지만 '불편'한 것을 보상해주기 위한 '당근'이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자동차 최고의 덕목 '이동의 자유'를 만끽할 수 없다.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나오고 있지만 충전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충전소를 찾고, 충전 순서를 기다리고, 충전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추운 겨울에는 추위에 약한 배터리가 더 빨리 닳을까봐 히터도 마음대로 켜지 못한다. 3시간 거리인 목적지를 6시간 걸려 갈 수도 있다.

충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전기차는 현 상황에서는 '반쪽자리 친환경차'다. 퍼스트카보다는 세컨드카로 만족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반쪽짜리 전기차는 나중에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 제공=혼다]
충전 걱정 없고 환경도 보호하는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카(HV)다.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디젤차와 전기차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도 담당한다.

하이브리드카는 세단과 SUV 가리지 않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가솔린 엔진 기술력이 우수한 '기술의 혼다'도 하이브리드를 잇달아 선보였다.

혼다코리아는 브랜드 최초 HV 모델인 뉴 CR-V 하이브리드를 지난달부터 국내 판매한다. 가솔린 SUV인 혼다 CR-V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 대중화를 이끈 모델이다. 2004년 국내 출시 이후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수입 SUV '톱3'를 기록하고 2007년에는 1위를 차지했다.

인기 비결은 합리적 가격, 신뢰성 있는 파워트레인, 무난한 디자인, 넓은 공간과 다목적성 등이다. 오프로드는 거의 가지 않고 포장도로를 달리는 시대 흐름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한 '승용 감각의 SUV'라는 점도 한몫했다.

권불십년. 수입 SUV 대세가 폭스바겐 티구안을 거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독일브랜드 SUV로 넘어가자 CR-V는 베스트셀링카 자리에서 내려왔다.

부활을 위해 진화한 CR-V는 지난해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지만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경제 도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 운동과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

혼다코리아는 상품성을 향상한 뉴 CR-V 터보를 지난해 7월 국내 출시하면서 부활을 노렸다.


수입 베스트셀링카의 영광을 다시한번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 제공=혼다]
올해에는 가솔린 터보 모델에 이어 하이브리드 모델이 혼다 CR-V 영광 재현에 투입됐다. 혼다 CR-V HV는 파워풀 하이브리드를 완성하는 스포츠 하이브리드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e) 시스템을 탑재했다.

i-MMD 시스템은 동급 최고 수준의 184마력 출력을 발휘하는 2개의 전기 모터와 효율성이 높은 2.0L DOHC i-VTEC 앳킨슨 사이클(Atkinson-cycle) 엔진을 장착했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215마력, 복합 연비는 14.5km/ℓ다.

전장x전폭x전고는 4630×1855×1690mm다. 기아차 스포티지(4485×1855×1635mm), 르노삼성 XM3(4570×1820×1570mm)보다 크다. 르노삼성 QM6(4675×1845×1670mm)보다는 짧지만 넓고 높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660mm다. 스포티지(2670mm), XM3(2720mm), QM6(2705mm)보다는 짧다. 실내공간은 국산 준중형 SUV 수준인 셈이다.

외모는 뉴 CR-V 터보와 사실상 같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과 엠블럼을 적용했다.

전면과 후면에는 하이브리드 존재감을 알려주는 '블루 H 마크' 엠블럼을 적용했다. 측면에도 하이브리드 전용 엠블럼을 부착했다.

세련된 블랙 프런트 그릴, 강인하고 터프한 감성을 살린 와이드 범퍼, 디자인과 효율성을 모두 고려한 LED 안개등, 젊고 스포티한 감각의 사각형 머플러 팁 등은 그대로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 제공=혼다]
실내에서도 전기모터와 엔진을 통한 동력 공급 및 배터리 충전 상황을 보여주는 하이브리드 전용 TFT 디지털 계기판을 제외하면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팝업 형태의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고급스럽지는 않다. 기능은 우수하다. 안드로이드 오터 연결 상태에서 카카오 내비와 연동된다. 속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등은 물론 전화 수신 및 음량 등의 인포테인먼트 정보를 알려준다.

디스플레이는 7인치다. 보는 데 불편한 수준은 아니지만 9인치를 넘어 12인치도 일반화되는 디지털 추세와는 맞지 않는다.

전 좌석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2열 시트 풀 플랫 기능,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 편의사양은 만족스럽다. 방전 걱정에 히터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전기차와 달리 겨울에도 추위에 떨 필요가 없다.

전반적으로 실내는 클래식하고 담백하다. 기교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하고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조작 직관성과 편의성을 추구했다.

실내공간도 가솔린 터보 모델에 버금간다. 적재공간 하단에 배터리 냉각 시스템을 배치해 공간활용성을 향상해서다.

탑승 공간은 2914ℓ로 가솔린 터보 모델과 같다. 2열 시트 폴딩 때 적재공간은 최대 1945ℓ로 가솔린 터보 모델보다 201ℓ 적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가솔린 터보 모델처럼 시트와 트렁크 플로어 간 단차 없이 평평해진다. 대형화물을 쉽게 수납할 수 있다. 자전거처럼 부피가 큰 짐도 실을 수 있다.

뒷좌석에는 성인 3명이 앉을 수 있다. 센터 터널이 낮아 2열에 앉아도 불편하지 않다. 레그룸이나 헤드룸 공간도 여유가 있다.


주연인 엔진보다 더 주목받는 명품 조연 '모터'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 제공=혼다]
드라이브 모드는 노멀, 스포츠, 이콘(ECON), EV 모드로 구성됐다. EV 모드를 선택하면 시속 40km 수준까지 전기차처럼 조용히 움직인다. 기름도 쓰지 않는다.

시속 60km를 넘어서면서 엔진이 슬쩍 끼어든다. 아직은 주연보다는 조연이다. 모터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보조 역할을 담당한다. 시속 100km를 넘어서야 엔진이 힘을 쓴다.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패들시프트 형태의 감속 패들을 사용하면 충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내리막길이나 저속 주행 때는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볼 수 있다.

정숙성은 평균 이상이다. 엔진음을 억제해 바람소리와 노면소음이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시끄럽지 않다. 승차감은 안락한 수준이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지고 페달 반응이 좀 더 빨라진다. 노멀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4박자로 '우우우웅'하던 소리가 스포츠 모드에서는 2박자 '우웅' 소리로 빨라진다. 고속 구간에 접어들면 조연에 머물던 엔진이 비로소 주연으로 치고 올라온다. 대신 소리에 비해 속도는 더디게 높아진다.

달리는 맛보다는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 엔진보다 모터가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율주행 성능도 갖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와 저속 추종 시스템(LSF)는 스티어링휠에 있는 스위치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30km/h 이상에서 속도와 차간 거리를 설정할 수 있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은 72~180km/h에서 작동한다.

ACC 성능은 무난한 편이다. 다만 멈추면 다시 세팅해야 한다. 고속도로나 완만한 도로에서는 만족스럽지만 국도에서는 차선 인식률이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혼다 HV는 가솔린 성향의 도요타 하이브리드보다는 전기차 성향을 지녔다. 혼다 CR-V HV도 마찬가지다. 모터가 엔진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엔진이 모터를 도와준다.

가격(부가세 포함)은 4WD EX-L이 4510만원, 4WD 투어링이 4770만원이다.


MSG-자극적이지도 튀지도 않아 속 편한 우동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 제공=혼다]
혼다 CR-V HV는 담백하고 깔끔한 우동과 닮았다.

담백하고 깔끔한 우동은 화끈한 맛은 부족한 대신 자극적이지 않아 속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튀지 않고 돈까스나 초밥과도 잘 어울리지만 묻히진 않는다. 세트 메뉴의 조연이지만 주연 못지않게 주목받는 명품 조연인 신스틸러다.

혼다 CR-V HV도 가솔린 엔진의 엑스트라에서 조연을 넘어 신스틸러로 신분상승한 전기모터 기술로 무장했다. 주연급이지만 아직 조연 역할에 머문 전기차를 대신할 신스틸러 하이브리드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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