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감탄한 '이건희 古미술 컬렉션'..타고난 심미안·열정 있었다
"상상을 초월한 에로스 느껴져"
80년대 국보100점 수집프로젝트
개인 소유 국보 30점·보물 82점
인왕제색도·금강전도 구입
청화매죽문 등 '백자 마니아'
北에 넘어갈 뻔한 문화재도 구입
추상화 거장 이우환 화백(85)이 문예지 '현대문학' 3월호에 '거인이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추모한 글 내용이다. 이 화백은 삼성문화재단 지원으로 2001년 독일 본시립미술관 개인전, 2011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면서 이 회장과 인연을 이어왔다. 이 회장의 고미술에 대한 사랑은 어느 정도일까. "좋은 물건(미술품)은 모두 삼성으로 간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이 회장의 고미술에 대한 심미안과 열정은 대단했다. 1980~1990년대 심혈을 기울여 '국보 100점 수집 프로젝트'를 추진한 덕분에 삼성가는 국보급 문화재 160여 점을 소장하게 됐다.
이 화백의 기억대로 이 회장은 특히 백자 마니아였다. 백자를 좀 더 알기 위해 고미술상의 백자 수업을 듣고 자주 교유했다. 현재 삼성미술관 리움이 관리하고 있지만 이 회장 소유로 문화재청에 등록된 국보급 백자로는 조선시대 청화매죽문 항아리(국보 제219호), 달항아리(국보 제309호), 청화죽문각병(국보 제258호) 등이 있다.
청화매죽문 항아리가 시중에 처음 나왔을 때는 가짜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이 회장의 확신으로 구입하게 됐다. 다행히 서울 종로구 관철동 부근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비슷한 모양 백자 어깨 부분 파편이 출토돼 1984년 국보로 지정됐다.
이 회장이 소유한 달항아리는 아파트 여러 채 값을 치러서 구입했다. 항아리 안 액체가 배어들어 몸통 아래쪽에 그림자가 있어서 조선시대 달항아리 중 으뜸으로 치며 2007년 국보로 지정됐다. 고려청자에 비해 홀대받던 청화죽문각병은 주인을 찾지 못해 떠돌다가 삼성에 인수된 후 1991년 국보로 지정됐다. 백자로는 드물게 8각으로 전면 모깍기를 한 병이다.
76세 겸재가 인왕산 실제 경치를 보고 그린 '인왕제색도'는 조선 화단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중국의 관념산수화를 따르지 않고 비 온 뒤 안개가 낀 인왕산의 거친 암봉과 소나무숲, 기와집의 실경을 담은 진경산수화의 대표작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법으로 금강산 1만2000봉을 그린 '금강전도'는 천지조화의 이상경을 담은 걸작으로 꼽힌다.
연꽃잎이 둘러진 동그런 의자 위에 무릎을 걸친 반가의 모습으로 제작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중후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유명하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중에도 이를 목숨처럼 지켜낸 금속유물 전문가 김동현이 1990년대 초 이 회장에게 양도했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 있던 조선 중기 화가 이암의 '화조구자도'(보물 제1392호)는 하마터면 북한으로 넘어가 김일성 컬렉션이 될 뻔했지만, 이 회장이 실물을 살피기도 전에 사진만 보고 구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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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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