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초점] OTT·극장 동시 공개 '서복', 어떻게 봐야할까

정유진 기자 2021. 3. 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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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 스틸/CJ엔터테인먼트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지난해 말 개봉 예정이었던 텐트폴 영화 '서복'(감독 김용주)이 개봉을 미룬 끝에 결국 OTT와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기로 했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최대 OTT라 할 수 있는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를 택한 영화들은 많았지만, OTT와 극장 동시 공개를 택한 국내 작품은 '서복'이 처음이라 이목이 집중된다.

◇ CJ ENM "코로나19 시기 극장과 상생할 방법"

'서복'의 배급사 CJ ENM은 "오는 4월15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티빙(TVING)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되며 극장에서도 개봉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공유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은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 역으로, 박보검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 역으로 분해 강렬한 연기 시너지를 선보인다.

CJ ENM 영화사업본부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시각과 니즈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복' 역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티빙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복'은 티빙 뿐만 아니라 극장 개봉도 동시에 이뤄진다"며 "관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개봉작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극장과도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복'의 티빙·극장 동시 공개는 여러모로 '최초'의 선택이라 이후 불러올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CJ ENM의 입장에서도 OTT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개봉하는 첫 사례가 되며 티빙에서도 '서복'은 처음으로 공개하는 오리지널 영화다. 또한 국내 영화 업계에서도 우리나라 영화를 홀드백 기간 없이 극장과 OTT에서 동시에 공개하는 것은 최초다. 앞서 '사냥의 시간' '차인표' '콜' '승리호' 등의 영화가 극장용으로 제작됐으나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로서 극장을 배제하고 공개된 바 있다.

여고추리반/사진제공=티빙 © 뉴스1

◇ 티빙 "'서복'·'여고추리반' 외 오리지널 콘텐츠 20편 기획 중"

'서복'의 티빙·극장 동시 공개의 배경에는 두 가지 특수한 상황이 있다. 첫번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극장의 관객 기근이고, 두번째는 해외 OTT 서비스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 시키고 있는 OTT 서비스 업체들의 구독자수 확보 전쟁이다.

티빙은 CJ ENM과 JTBC스튜디오가 2019년 체결한 MOU에 따라 지난해 10월1일 CJ ENM으로부터 물적분할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했고, JTBC스튜디오와 합작사를 설립했다. 이처럼 두 회사가 손을 잡고 티빙을 키우기로 한 것은 국내외 OTT 경쟁 업체들과의 전쟁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 뿐 아니라 애플TV플러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서비스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 됐고 국내의 웨이브, 시즌, 왓챠 등에 이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쿠팡도 OTT 사업에 뛰어들어 쿠팡플레이를 론칭하는 등 국내외 OTT 업체들간의 경쟁은 올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오는 4월15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공개되는 '서복'은 7900원짜리 베이직 이용권 이상을 구입한 구독자들이라면 누구나 티빙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볼 수 있다. 티빙에서는 tvN과 JTBC, OCN 등 CJ 계열 채널에서 방송되는 콘텐츠들을 볼 수 있으며 총1만4000여편의 영화들을 접할 수 있다. 그 중 1만편의 영화는 베이직 이용권 이상 구독자는 제한없이 볼 수 있고, 나머지 4000편은 판권 등의 문제로 이용권과 별개로 따로 구매해 봐야하는 작품들이다.

티빙은 OTT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티빙이 선보인 첫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는 유명 유튜버 재재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여고추리반'이며 그 다음 작품은 오는 26일 공개를 앞둔 웹드라마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다. '서복'은 이 작품들의 뒤를 이어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될 예정이다.

티빙 관계자는 4일 뉴스1에 "20편 정도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 중"이라며 "티빙에서만 단독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달 말에 진행되는 디지털 형식의 'K콘'인 'K콘택트'는 티빙 단독으로 스트리밍 될 예정"이라며 "tvN 드라마 '철인왕후'의 스핀오프 콘텐츠가 역시 티빙 단독으로 공개됐다"고 밝혔다.

이어 "티빙의 입장에서는 공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용자들에게 많이 제공하고 싶은 상황"이라며 "티빙은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고 가입자를 늘려가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다, 그 같은 목표와 방향 속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도 점점 더 확대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티빙의 구독자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한달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이용자수인 MAU(Monthly Active Users)는 2020년 월 평균 241만명이었으며 지난 1월은 312만명을 나타냈다.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 경쟁 극장·배급사 분위기는

'서복'의 극장·OTT 동시 개봉은 극장의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로나19로 관객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극장은 관객들을 끌어올만한 대형 작품이 부재한 상황이다. 극장들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관객 부족을 완전히 극복할 만한 뾰족한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서복'의 OTT·극장 동시 개봉 소식이 의외로 극장에서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CGV와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4일 뉴스1에 "'서복'의 롯데시네마 개봉에 대해서 내부 논의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옥자' 때처럼 반발이 큰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난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임에도 극장과 동시 개봉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멀티플렉스 극장 3사는 '옥자'가 3주간의 홀드백 기간을 지키지 않고 개봉하는 것을 두고 반발, '옥자'를 보이콧했고, 결국 '옥자'는 전국 190여개의 소규모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약 3년 만에 분위기는 바뀌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총 5952만명으로 전년 대비 73.7% 감소했고, 매출액은 5104억원으로 2019년 보다 73.3% 감소했다. 이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전체 관객 수로는 최저치를 기록했고, 매출액은 2005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낸 것이다. 극장의 상황이 얼마만큼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한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좋은 영화가 결국 극장에 걸려야 극장이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서복'이 만약 극장과 티빙 동시 개봉 이후 극장에서의 관객몰이에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영화를)극장에 걸어도 관객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어쩌면 다시 극장에 힘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고 의견을 밝혔다.

CJ ENM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 배급사 관계자는 "어쩌면 우리 회사의 영화도 비슷한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극장은 더 이상 홀드백을 지켜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오히려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런 방식에 효과가 있다면 다른 작품들도 동시 공개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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